프로농구(KBL)는 97년 출범과 동시에 용병제도를 도입했다. KBL이 용병제도를 시행한 것은 리그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용병제도가 도입되면서 토종들의 위축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기술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컸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선수를 영입하는데 우리의 용병제도와 같다.
KBL은 올 시즌 용병 선발방식을 자유선발에서 드래프트로 바꿨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용병들의 몸값 거품을 줄이고, 국내 선수들을 살리자는 취지에서였다.
한국계 용병 에릭 산드린 파문 이후 여기저기서 자유선발제로의 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질 낮은 용병들을 자주 교체하느니 한 번에 제대로 된 용병을 뽑자는 얘기다.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급 용병들이 다시 KBL에서 뛴다면 국내 선수들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단테 존스(전 KT&G), 피트 마이클(전 오리온스) 등이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팀을 이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 때문에 국내 선수들은 ‘액세서리’로 전락했고, 구단들도 용병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었다.
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상위권에서 선전하는 KT&G의 경우 국내 선수들과 용병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단독 선두 동부도 국내 선수들과 용병들의 조화가 돋보인다. 상위권 팀들의 공통된 특징은 용병들을 ‘적절히’ 활용하되, 경기는 국내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드래프트 제도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발의 폭이 극도로 제한돼 있고, 교체 횟수도 2번뿐이다. 또 전력이 열세인 팀들은 용병을 통한 ‘승부수’도 어렵게 됐다. 참가 선수 확대와 함께 교체 횟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은 드래프트 제도의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적 부진을 제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냉정하게 말하면 선수를 제대로 선발하지 못한 구단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다른 팀은 무슨 ‘재주’로 잘 뽑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한날 한시에 같은 장소, 같은 선수를 놓고 선발했는데 말이다.
전 SKㆍ기아 감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