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5년 만에 경제의 외형 성장을 앞질렀다. 그간 경제의 외형 성장을 쫓아가지 못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했던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추세적 변화로 보기는 이르다. 점점 더 죄여오는 고유가 압박에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갈수록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07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외형 성장률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3%, 작년 동기 대비 5.2% 성장했다. 잠재성장률(4%대)을 훌쩍 뛰어넘는 우수한 성적표였다.
3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제조업과 수출이었다. 건설업의 극심한 부진(전기 대비 -0.2%)을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각각 2.7%, 1.8% 성장하며 만회했다.
또 지출 측면에서는 설비 투자가 전기 대비 6.3% 감소하는 등 심각한 부진을 보였지만, 수출이 1.5%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전분기 0.3%포인트에서 2.1%포인트로 급등했다.
하지만 수출의 성장 버팀목 역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만은 없다. 재화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9.1%로 2년여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한 나라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NI)이 전기 대비 1.7%, 작년 동기 대비 5.4% 성장했다는 것. 국민들의 체감 성장률(GNI)이 외형 성장률(GDP)을 앞질렀다.
전년 동기 대비로 실질 GNI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앞선 것은 2002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좋아질 조짐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향후 전망이 밝지는 않다. 3분기 실질 구매력이 높아진 것은 해외 펀드 열풍의 영향이었다. 해외 펀드 투자가 증가하면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와 배당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해외 이자 및 배당 수입은 2분기 4,395억원 플러스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9,39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반면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 손실은 1분기 18조5,470억원, 2분기 19조3,972억원, 3분기 19조4,354억원 등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실질 GNI를 산출하는 핵심 요소인 실질무역 손익은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해외 이자 및 배당 소득(국외순수취 요소 소득)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율을 확대한 것이다. 특히 고유가 압박이 4분기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어 실질무역 손실은 더욱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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