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씨와 본격적으로 사귄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2003년 가을부터입니다.”
신정아(35ㆍ여ㆍ구속)씨가 변양균(58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연인 관계였음을 처음 시인했다. 신씨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와 검찰 조사 등에서 변씨와의 관계를 ‘예술적 동지’라고 표현했었다.
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406호 법정에서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 심리로 열린 두번째 공판에서 신씨는 “변씨와 2003년 10월부터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연인 사이로 지내온 게 맞느냐”는 검사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당시 변씨는 기획예산처 차관이었고, 신씨는 성곡미술관 큐레이터였다.
이는 신씨가 2004년부터 기업 후원금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한 점으로 미뤄 변씨가 신씨의 배경 노릇을 톡톡히 했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신씨는 변씨의 고교동창인 박세흠 주공 사장이 사장으로 있던 대우건설로부터 3년간 10차례에 걸쳐 3억600만원의 후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변씨와 신씨의 진술은 다소 엇갈렸다. 신씨는 “변씨에게 직접적으로 기업 후원을 요청한 적도 없고, 변씨가 해당 기업에 미리 말해 놓은 사실도 몰랐다”며 “변씨에게 ‘오빠 이름 좀 팔겠다”고 말한 뒤 기업 총수를 만나 ‘예일대 후배’라고 소개했던 몇몇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꾸준한 노력으로 후원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반면 변씨는 신씨 공판에 이어 열린 공판에서 “박세흠 당시 대우건설 사장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좋은 전시회가 있으니 후원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으며, 신씨에게는 ‘얘기해 놓았으니 재주껏 받아 봐라’고 말해줬다”고 진술했다. 변씨가 기업측에 성곡미술관 후원을 부탁한 사실을 신씨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한 것이다.
변씨와 신씨는 둘만 통화할 수 있는 ‘전용폰’을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변씨는 “정확한 시기는 기억아지 않지만 신씨가 휴대폰 한 개를 줘서 사용했다”며 “단축다이얼로 전화를 거는 등 그 전화기로는 99% 신씨와만 통화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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