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사람들이 아빠를 닮고싶어 해?” 연세대 수학과 김정한(45) 교수가 과학문화재단으로부터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됐을 때 그의 딸이 물어보았다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김 교수는 그럴듯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누구를 닮고 싶다”가 아니라 “사람마다 개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995년 학술지 <사이언스> 에 난제를 해결한 연구 논문을 내고 97년 풀커슨상을 받으면서 인정 받은 김 교수는 사실 중·고교 시절을 힘겹게 보냈다.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속으로는 학교가 싫었다. 사이언스>
학교 성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쟁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환경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세대 수학과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부터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연구소 연구원에서 연세대 교수로 부임한 김 교수는 “한국의 분위기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내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기에” 귀국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주입식 교육에 대한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도록 부추기고, 문제 풀이가 아닌 개념 이해에 접근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수학이란 “가장 근본이 되는 성질을 추상하고,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다. 즉, 생각하는 학문이다. 주입식으로 문제 푸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그래서 나온다.
김 교수가 <사이언스> 에 논문을 발표하고 전산 분야에서 3년간 최고의 논문에 주는 풀커슨상을 받은 업적은 램지 수(Ramsay number) 이론에 대한 난제를 해결한 것이었다. 사이언스>
즉, 개체가 많은 집단에서 공통점을 가진 작은 집단이 있는지 없는지를 밝히는 문제다. 예컨대 파티 참석자 중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의 집단과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집단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간단한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수학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60년간 풀리지 않았던 난제로 꼽혔다.
김 교수는 이 문제에서 개체의 수가 얼마 이상일 경우 작은 집단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최근 인터넷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을 찾아 헤매고 있다.
◆ 김정한 교수 약력
연세대 물리학(학사), 수학(석사), 미국 뉴저지주립대 수학(박사)
1993~97년- AT&T 벨 연구소 연구원
1996~97년- 카네기멜론대 부교수
1997~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선임연구원
2006~현재- 연세대 수학과 교수
1997년- 풀커슨상 수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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