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사실상 BBK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정치권의 관심이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 개인 비리보다는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맞춰졌기 때문에 이 후보에 대한 소환 없이 서면조사만 이뤄진 사실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여러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면조사 여부에 대해 검찰과 한나라당은 "하지 않았다"는 대답보다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답해 조사가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검찰이 서면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사건 관계자인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두고두고 '예비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서면조사는 이 후보의 해명을 듣기 위한 요식행위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부분은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피고발인 조사와 대질신문도 없이 수사를 종결하면 누가 검찰 수사를 신뢰하겠냐"며 수사 과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신당은 수사 결과 발표 이후 BBK 특별검사법을 발의하겠다며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구체적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짜로' 소환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주가조작이 이뤄진 옵셔널벤처스 직원들 대부분이 이 후보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검찰도 자금흐름 추적에서 이 후보가 연루된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가 주가조작의 공범이라는 명백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법조계에서는 '소환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이 후보가 지난달 25일 대선 후보로 등록한 이후 소환 조사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선거법에 따라 이 후보가 중대 범죄자가 아닌 이상 강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확한 결론을 내기 위해 이 후보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했겠지만 촉박한 수사 일정과 정치적 부담 때문에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의 BBK 및 ㈜다스의 실소유 여부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는 "직접 조사 없이도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조작은 공범 여부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 후보 소환과 대질신문이 중요하지만, 실소유주를 따지는 문제는 자금흐름만 정밀하게 추적해도 명확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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