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결국 '소문난 잔치'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후보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검찰은 이 후보가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김씨조차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물증은 물론, 변변한 방증조차 내놓지 못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인사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 명의 계좌에서 '워튼' 계좌로 98억원이 송금됐다는 사실 정도가 공개된 내용의 전부다.
워튼은 김씨가 주가조작에 사용했던 계좌들 중 하나이지만 송금 경위, 이 돈이 주가조작에 사용됐는지 등은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은 그 동안 광범위하게 계좌추적을 진행해 왔지만 결국 이 후보가 김씨의 범법행위와 직접 관련된 자금거래를 했다는 물증은 포착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BBK의 실소유주는 이 후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법처리의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BK는 삼성생명, 심텍, 다스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이 자금은 김씨의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가조작, 횡령 등 범죄의 종자돈이 됐다.
이 후보가 BBK 실소유주라면 최소한 김씨의 범죄 행위를 도와줬다는 의미가 된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이 후보가 BBK 주식 61만주(지분율 100%)를 김씨에게 매도한다"는 내용의 한글계약서다.
그러나 2000년 2월21일 작성됐다는 문서에 2000년 4월에 신고된 이 후보의 인감이 찍혀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전 e캐피탈 대표 홍종국(48)씨가 "2000년 3월9일까지 e캐피탈이 BBK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김씨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BBK가 계열사로 명시돼 있는 명함을 이 후보가 사용했다는 주장, "투자자문사 BBK를 설립했다"는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이 있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끝까지 미궁으로 남은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다. 다스의 김성우 대표는 "BBK에 190억원을 투자하기 전에는 김경준씨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순이익이 연 30억원 정도인 다스가 6년치 순이익을 뛰어넘는 거액을 투자 대상자의 신원도 모른 채 투자했다는 얘기다. BBK 투자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로 판명나면 그는 재산 허위신고에 따른 공직자윤리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후보가 다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BBK 투자와도 무관하다"는 한나라당 측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물증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힐 예정이지만 이는 사실상 "더 이상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나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은 무혐의 결정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결국 BBK 의혹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종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BBK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검찰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답을 내놓은 데 대한 부담을 한동안 벗어던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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