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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거를 검색한다… 인생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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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거를 검색한다… 인생 백업!

입력
2007.12.0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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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디온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그래 영화 <타이타닉> 에 나왔던 노래지. 유람선의 이물에 두 팔을 벌리고 선 케이트 윈슬렛을 잊을 수가 없어.

그런데, 내가 그 영화를 누구랑 봤더라? 누구랑 같이 보긴 했는데….” 가물가물한 이 순간 내 인생의 기록을 컴퓨터 문서를 검색하듯 뒤져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속 시원할까? 그런데 미래의 ‘라이프로그(Life Log) 족(族)’에겐 이런 일이 가능하다.

■ 인생을 백업하라

라이프로그는 블로그에 자기 생활을 기록하고 자료를 올려두듯, 일상생활을 실제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서버에 저장된 라이프로그 시스템을 열어 행동 분류에서 ‘영화’를 클릭하고, 위치 분류에서 ‘집 근처’를 클릭해 목록에 검색된 <타이타닉> 을 클릭하자 당시 영화를 본 모습이 영상으로 재현된다. 그리고 옆에서 함께 본 친구가 누구였는지 속시원히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센터장 고희동)가 개발해 시연해 보인 장면이다.

KIST 홍유진 연구원은 지난 한 달 동안 자기 실생활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모자 끝에 카메라를 달고, 귀에는 음성을 인식하는 블루투스 이어셋을 걸었으며, 손목 허리 무릎에 3개의 모션 센서를 부착했다. 손에는 물건에 붙은 전자 태그(RFID)를 읽을 수 있는 아이 글러브를 끼고 다녔다.

이렇게 웨어러블 컴퓨터로 무장한 홍 연구원은 일상생활에서 한 행동, 손 댄 물건, 다니면서 카메라에 들어온 장면, 들은 소리를 고스란히 저장했다. 센서와 카메라 등에 잡힌 정보는 가방 속 휴대용 컴퓨터, 즉 라이프로그 미디어장치(LLM)에 전송돼 지능적으로 분류되고, 다시 무선 랜을 통해 서버로 전송돼 저장된다. 이제 나의 생활을 거의 완벽하게 복구할 백업이 갖춰진 것이다.

■ 또 하나의 디지털 문화

“라이프로그를 뭐 하러 하냐고요? 우리의 질문은 그 반대입니다. 대용량 컴퓨터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이 이미 확보돼 있는데 이런 기술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죠.” 과제책임자인 김형동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물론 쓸모가 많기는 하다. 홍 연구원은 진짜 잃어버린 지갑을 라이프로그에서 찾았다. <타이타닉> 때와 달리 ‘행동’이 아닌 ‘물건’을 검색해 ‘지갑’을 클릭한 뒤 마지막으로 저장된 영상을 찾아 연구실 책장에 두고 온 것을 확인했다.

그 뿐이랴. 차를 어디에 주차해 두었는지, 어젯밤 술자리에서 실수는 안 했는지, 반갑게 인사하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지난 주 회의 때 그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게 부장이었는지 아니면 잘난 척하던 그 후배였는지….

요즘 블로그나 UCC의 인기를 빗대어 생각하면 미래에 라이프로그족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즉, 제작된 UCC가 아닌 리얼리티 영상의 단편을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거나, 영화 <파이널 컷> 처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재편집해 간직할 수 있다. 글이 아닌 멀티미디어로 남는 인생 기록인 셈이다.

■ 300만원으로 구현 가능

라이프로그 시스템은 현재의 기술만으로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고 비용도 300만원 정도면 된다. 영상과 음성을 담는 것이야 인터넷 화상 연결에 쓰는 몇 만원짜리 장비로 충분하고, 미디어장치로 쓰는 소형 컴퓨터는 11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연구용 모션 센서 3개가 200만원으로 좀 비싸지만, 단순 기능의 센서로 교체하면 30만원으로 가능하다.

용량 문제도 큰 장애는 아니다. 취침시간 등을 빼고 활동시간을 중심으로 하루 12시간을 저장했을 때 정보량은 780MB. 김익재 연구원은 “3~4년 전 1,000만원 하던 고화질 TV가 100만원으로 떨어졌고, 메모리 용량이 빠르게 커지는 것을 보면 충분히 개인들이 장착할 만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기술은 장비가 아닌 정보를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일상생활의 영상과 음성을 무작정 저장했다간 찾는 시간이 더 걸린다. 김형동 연구원은 “라이프로그 실현의 관건은 결국 데이터 관리”라며 “입력된 정보에 대해 어떤 물체이며, 어떤 행동인지를 똑똑하게 분류해 꼬리표를 달아두는 태깅 기술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손목에 달린 센서가 팔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규칙에 따라 박수를 치는지, 마시는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서 박수, 마시기 등으로 꼬리표를 달아둔다. 30여가지 행동이 식별 가능하다.

손에 잡는 물체는 앞으로 모든 물건에 전자 태그가 부착된다고 가정하면 손쉽게 식별된다.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는 처음 저장할 때 이름을 입력하면 다음부터는 자동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라이프로그 시스邦?정보가 입력될 때마다 꼬리표 정보를 삽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다만, 회의나 사적 모임 등과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행동을 식별하는 프로그램은 좀 더 연구돼야 한다.

■ 사생활 침해 논란

문제는 사생활 침해 여지다. 라이프로그에는 불가피하게 타인의 생활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곳곳에 카메라가 있는 세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고희동 센터장은 “미국 방위기술연구청(DARPA)이 2004년 라이프로그 연구과제를 기획한 적이 있었으나 사생활 문제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생을 백업하는 라이프로그의 세상은 과연 얼마나 ‘멋진 신세계’가 될까.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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