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수입차 업체들이 3일 SK네트웍스가 주도하는 병행수입 판매에 대해 '싼 게 비지떡'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병행수입이 몰고 온 가격인하 파장이 예상 외로 크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공식 수입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수입차 개방 2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레이 임포터(Grey Importer)'로 불리는 병행수입 차량의 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협회는 그러나 "공식 수입차 가격의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가격인하 바람은 지속될 전망이다.
먼저 웨인 첨리 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은 병행수입 차량에 대해 "가격이 공식 수입차량에 비해 10~15% 저렴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이외의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행수입 차량은 각종 인증서비스나 진단검사를 받지 않아 소비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며, 중고차 가격도 정식 수입차량의 40~50%에 불과해 소비자로선 결코 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레고리 필립스 닛산코리아 사장은 SK네트웍스를 직접 거론하며 "소비자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혁신기술이 적용된 모델을 제대로 관리할 자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윤대성 전무는 애프터 서비스의 어려움, 각종 기준 부적합 등의 문제를 꼽았다. 병행수입 차량이 환경 등 각종 기준을 무시하고 수입돼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또 본사 지원을 받지 못해 애프터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윤 전무는 "이런 문제 탓에 일본에선 한때 수입차 시장의 10%에 달하던 병행수입 차량 점유율이 지금은 1%로 떨어졌다"며 "옵션 수준을 감안하면 가격도 그리 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는 "수입차량은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전문 정비공장과 애프터 서비스센터와 연계해 사후관리도 철저히 하는 만큼, 터무니없이 비싼 공식 수입업체의 차량을 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협회는 올해 수입차 등록이 5만대를 넘고, 내년엔 6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차 시장은 198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10대 팔린 것을 시작으로 96년 1만대까지 늘어났으나, 환란 이후 2,000대 수준으로 격감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매년 20~30%씩 성장하면서 올해처음 시장점유율 5%에 진입할 전망이다. 협회는 장기적으로 일본처럼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수입차 시장은 2,000cc 이하 차량(24.1%)과 5,000만원 미만 차량(46.1%)의 판매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 30대 구매율(31.3%)이 40대를 앞질러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송승철 협회장(한불모터스 사장) 등 13개 회원사 24개 브랜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