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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의사'로 불린 지 8년… 혐의 벗고 다시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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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의사'로 불린 지 8년… 혐의 벗고 다시 찾은 행복

입력
2007.12.0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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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어린이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HIV) 오염 혈액을 수혈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8년여간 구금됐다가 풀려난 팔레스타인 출신 의사 아슈라프 알 하주즈(38)가 불가리아에서 화촉을 밝혔다.

고문과 성폭행 등 수감기간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7월 같이 있던 불가리아 간호사 5명과 함께 자유의 몸이 된 알 하주즈는 불가리아 정부의 배려로 영주권을 취득한 뒤 소피아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 왔다.

중동의 뉴스 사이트 미들이스트 온라인이 3일 전한 바에 따르면 알 하주즈는 1일 저녁 소피아 보이코 보리소프 시장의 주례로 시청에서 건축 기사인 현지 여성 올리야 메고바(31)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에는 네덜란드에 사는 부모, 형제는 물론 기나긴 역경을 함께 극복한 간호사 5명이 모두 참석해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했다. 불가리아의 유럽문제 담당 장관 게르가나 그란차로바와 유대인인 솔로몬 파시 전 외무장관이 신랑 신부의 증인을 자청했다.

그는 리비아의 트리폴리에서 석방돼 소피아에 도착한 지 이틀 뒤 메고바를 만났으며 첫눈에 반해 데이트를 신청했다. 만남이 거듭되면서 사랑이 깊어진 알 하주즈는 교제 시작 수주일 만에 프러포즈, 승낙을 받아 결혼에 골인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머리가 거의 다 센 그는 외신 인터뷰에서 “목숨을 잃을 문턱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생환했다. 때문에 운명을 믿는다. 정말 내게 꼭 맞는 아내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신랑은 무슬림, 신부는 기독교도이지만 두 사람은 “하느님은 하나”라며 상대의 신을 자신의 신처럼 받들 것을 맹세했다. 그는 오랜 시련을 딛고 이제야 행복을 손에 넣은 느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알 하주즈와 불가리아 간호사들은 리비아 방가지 병원에 근무하면서 400명이 넘는 어린이를 고의적으로 에이즈에 걸리게 했다는 혐의로 99년 체포됐다. 이들은 리비아 당국에 의해 전기충격, 구타, 잠 안 재우기, 성추행 등 각종 고문을 받으며 자백을 강요받았으며 처음에는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종신형으로 감형돼 힘든 수감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유럽연합(EU)과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이던 세실리아 사르코지의 중재로 리비아 감옥에서 7월 24일 출옥해 불가리아로 보내졌다. 알 하주즈는 석방 한 달 전 불가리아 국적을 받았으며 소피아에 도착하자마자 게오르기 파르바노프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알 하주즈는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나 리비아에서 성장했으며 99년 운명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두 달 후 방가지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알 하주즈는 리비아 당국에 의해 짓지도 않은 죄목으로 투옥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자신과 간호사들에게 전기고문을 가한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고 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알 하주즈는 앞으론 애써 그런 아픈 기억을 지워 버리도록 노력하면서 소피아에서 의사로서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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