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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나의 베토벤은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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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나의 베토벤은 젊다"

입력
2007.12.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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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21)이 다음달 9일과 10일 세종체임버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로 독주회를 한다. 첫날에는 8번 <비창> 과 21번 <발트슈타인> 을 비롯해 4번과 18번을 연주하고, 둘째 날에는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인 30, 31, 32번을 연주한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대목에서 ‘어?’하는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요즘 음악계 최고 이슈인 백건우의 7일 연속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공연과 날짜가 겹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9일의 <비창> 은 2시간 간격으로 연주된다. 21세 손열음이 61세 백건우에게 도전장이라도 던진 것일까.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유학 중인 손열음은 29일 귀국 직후 인터뷰에서 “선생님이 전곡 시리즈를 하시는 건 알았지만 시기가 겹치는 줄은 몰랐다”면서 “추호도 경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관객이 분산될텐데 걱정되지 않냐고 묻자 “당연히 걱정되죠”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인터넷으로 매표 상황을 자주 확인해봤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손열음은 1999년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회 때는 관객석에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그는 “당시 선생님이 연주한 후기 소나타에서 느꼈던 고독한 베토벤의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늘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시는 모습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주는 나이와는 상관없는 것이니까 두 공연에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손열음에게 이번 공연은 1년 여간의 독일 유학에서 얻은 수확이다. 이전에는 베토벤과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별로 연주한 적이 없었다. “베토벤은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치며 힘들고 고통스럽게 작곡한 데 비해 저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편이거든요. 독일에서 살면서 베토벤을 더 가까이 느꼈고,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프로그램을 짰냐는 질문에 그는 “좋아하는 곡들만 골랐다. 32곡을 모두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손열음이 특별히 애착을 보이는 것은 10일 프로그램인 후기 소나타 3곡이다. “비슷한 시기에 쓴 교향곡 9번 <합창> 이 휴머니즘이라는,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궁극적 목표가 담긴 것이라면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 내면의 아픔과 행복, 고백이 담겨 너무나 친밀하게 느껴진다”는 게 이유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 3곡을 언제 칠까 꿈꿔왔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면서 “관객들도 둘째 날 더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 포스터 속 손열음의 눈빛이 퍽 인상적이었다. 늘 그에게 따라다녔던 최연소, 영재, 신동의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강렬하고 성숙한 느낌의 사진이다.

손열음은 “고독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좀 무섭게 나온 것 같다”며 웃은 뒤 “올해 내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몇 년간 콩쿠르와 연주로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올해는 여유를 갖고 레퍼토리를 늘리면서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2007년이 제 피아노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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