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간이자 동업자인 대림산업 이준용(69) 명예회장과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다투게 됐다. 두 사람은 그 동안 합작사인 국내 최대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 여천NCC의 경영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 명예회장은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회장 등 한화그룹 최고경영자(CEO)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동업관계이면서 동시에 이 명예회장의 딸이 김 회장 사촌형인 김요섭씨 아들과 2004년 결혼해 사돈 간이 된다. 경기고 선후배 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01년 6월 발생한 노사분규 당시 해결방안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대림이 지적하는 명예훼손의 근거는 이신효 여천NCC 부사장이 최근 모 경제지와 가졌던 인터뷰 내용. 한화 측 임원인 이 부사장은"대림 측 경영진의 무능으로 회사 발전이 어려우며 합작이 지속되기 힘들다면 대림 측이 지분을 털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경우 한화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합작회사의 공동대표로서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지분을 정리하고 나가라거나 한화가 인수하겠다는 얘기를 감히 할 수 있겠느냐"며 "그가 지적한 대림 측 관련 내용도 모두 허위이거나 왜곡됐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명예회장은 특히 한화 김 회장 연루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확인하고 정황 증거를 모았으며 구체적인 명예훼손 혐의는 변호사가 알아서 처리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또 "이 부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대림산업 직원과 가족, 거래처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가 컸고 주가도 타격을 받아 시가총액이 1조원 넘게 빠지는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회장은 김 회장에 대해 서운한 감정의 일단도 내비쳤다. 그는 "2001년 노조 파업 당시 한화 측과 갈등을 빚었을 때도 억울해서 법정으로 가려다가 그나마도 상대편이 어느 정도 상식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여겨 그만 뒀다"며 당시 이 명예회장 명의로 신문에 광고했던 '한화 김 회장께 드리는 공개 호소문'을 공개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반박자료를 내고 "대림 측의 고소는 비이성적인 돌출 행동으로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대림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응분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또 "김 회장이나 경영진이 여천NCC 문제에 대해 어떠한 지시도 내린 적이 없고 이신효 부사장의 인터뷰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며 "대림 측의 김 회장 등에 대한 고소는 다분히 정략적이고 의도적인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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