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해온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는 등 고가 분양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값싼 아파트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어난 반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막판 공급물량은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동양건설산업과 성우종합건설이 경기 김포시 걸포동에 공동으로 짓는 '오스타 파라곤' 1~3블록의 1,2순위(1,281가구 모집)에 671가구만 신청, 평균 0.52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35개 면적 타입 중 9개 타입은 청약자가 한명도 없었다. 민간도시개발사업으론 첫 대규모 미달사태였다.
미분양의 원인은 높은 분양가였다. 오스타 파라곤은 3.3㎡(1평) 당 평균 1,216만7,000원에 분양했는데 이는 김포 아파트 평균가(3.3㎡당 745만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또 내년 상반기 공급될 김포신도시 예정 분양가(3.3㎡당 800만~1,000만원) 보다도 20~30%나 비싸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정부 규제 탓도 있겠지만 시장 여건을 무시한 채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사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3.3㎡당 4,000만원의 부담스러운 분양가를 책정했던 서울 강남구 도곡 리슈빌파크도 3순위까지 청약에서 전체 32가구 모집에 절반도 못 미치는 12명이 신청했다.
신동아건설이 다음달 분양할 경기 고양시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도 주변 시세를 웃도는 3.3㎡당 1,500만원 선에서 분양가가 정해질 것으로 보여 미분양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근 파주신도시 중대형(85㎡ 초과) 분양가가 3.3㎡당 1,100만원 미만에서 책정될 전망이고, 서울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도 최고 1,380만원임을 감안할 때 높은 수준"이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비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시세의 70∼80%에 분양된 경기 용인 흥덕지구 아델리스와 호반베르디움은 각각 1순위에서 각각 평균 30대 1, 29대 1로 마감돼 대조를 이뤘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비싼 땅값과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 등으로 불가피하게 분양가가 높아진 것"이라며 "과도한 전매 금지와 대출 규제가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방은 수도권과 같은 규제를 받고 있어 정부 규제가 미분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수도권은 정부 규제 탓도 있겠지만 시장 여건을 무시한 업체의 고분양 책정이 미분양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