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시청자의 복지보다는 산업적 측면에서 고려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송위원회의 주최로 22일 개최된 ‘시청자 복지와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미나에서 서울산업대 IT정책전문대학원 김광호 교수는 “디지털 방송전환에 대한 논의는 도입과 기술의 선택, 실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있어 소비자며 이용자인 시청자의 복지 측면보다는 기술도입의 주체인 방송사업자나 정책적 입장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 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지도는 26%에 그치고 있다. 같은 시기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되는 영국의 시청자 인지도가 66%, 스웨덴은 94%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은 2012년 12월 31일로 종료된다. 시청자들은 디지털 TV 수상기를 새로 구입하거나, 디지털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기존의 아날로그TV 수상기에 셋톱박스를 부착해야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체 시청자 가운데 10% 정도는 디지털TV나 셋톱박스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방송위원회의 2006년 조사는 시청자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아무리 효과가 크더라도 시청자가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TV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논의의 시발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으며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종료 시점을 정한 것도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00년 방송위원회는 ‘전국이 디지털방송 수신권역에 포함되고 디지털수상기 보급률이 95% 이상에 이를 때’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키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종료 시점을 못 박았다.
이대혁 기자
● 디지털방송전환 특별법
2012년 12월31일 지상파 TV의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 고화질 방송의 편성비율 고시, 저소득층 및 방송사에 대한 지원, 수신환경 개선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 시청을 위해 디지털TV 수상기나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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