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는 그 동안 셋방살이 신세였다. 연고지조차 없이 남자배구에 더부살이했다. 명색은 프로지만 오히려 실업배구 시절이 그리울 정도다.
GS칼텍스 이희완 감독은 “남자배구만 신문에 내지 말고 여자배구에도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배구 기사는 대부분 남자 소식을 전하면서 기사 끝에 ‘한편’으로 시작하는 한두 줄로 여자 소식을 전한다. 이를 꼬집은 이희완 감독은 “우리는 만날 ‘한편’ 신세다”고 하소연했다.
NH농협 2007~08시즌 프로배구 개막을 나흘 앞둔 27일. 여자배구 5개 팀 사령탑과 간판스타, 용병이 서울 프라자 호텔에 모여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이희완 감독은 출사표를 밝히기에 앞서 취재진에 여자배구를 사랑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여자배구의 부활을 위해 다음 시즌부터는 남자배구와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사령탑이 꼽은 우승후보는 3연패에 도전하는 흥국생명과 알차게 전력을 보강한 GS칼텍스. 현대건설과 KT&G는 중위권, 용병 레이첼이 중도 하차한 도로공사는 하위권으로 꼽혔다.
박미희 KBS N 해설위원은 “흥국생명이 우승에 가장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GS칼텍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2강2중1약의 판도를 점쳤다.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은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면서 3연패를 자신했다. GS칼텍스를 경쟁상대로 꼽은 한국 최고 거포 김연경은 “우승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며 여유를 부렸다. 주전 세터 이영주의 공백이 가장 큰 고민. 자유계약선수(FA) 이효희(전 KT&G)를 영입했지만 좌우 거포 김연주-황연주와 손발이 맞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GS칼텍스는 좌우쌍포 김민지-나혜원이 건재한데다 취약점이었던 세터와 센터에 이숙자와 정대영(전 현대건설)을 영입해 전력이 탄탄해졌다. 신인 최대어 배유나의 가세도 큰 도움이다.
맹장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정대영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이희완 감독은 “재미있는 경기는 우리에게 맡기고 기자들은 여자배구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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