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동어로수역 합의에 실패한 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지켜보면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1년만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월 대통령 선거결과에 따라 공동어로는 물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사업도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북한연구센터장은 30일 “선거 이후 새 정권은 대북 사업 등 기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최소 몇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남북협력사업이 10ㆍ4 공동선언이나 총리회담 합의 일정 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해 공동어로는 총리회담 합의대로 내년 상반기 중 실시는 어려울 전망이다. 남북은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 기준 등면적으로 하자” “NLL 남쪽으로 하자”며 승부 없는 줄다리기만 했다.
향후 장성급 회담에서도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대선 이후 “NLL 사수”를 내세우는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경우 협상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국방부는 장성급 회담의 연내 개최를 추진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협상은 대선 이후 내년 1월중 가능할 전망이다.
남북이 운영에 합의한 군사공동위원회도 첫걸음부터 NLL 문제에 걸려 “다양한 군사적 신뢰 구축 협의”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북측이 군사공동위 설치에 합의한 것은 서해 불가침경계선 설정을 협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불가침경계선 설정은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명시했지만 NLL을 영토선 개념으로 인식하는 남측이 이 선을 쉽사리 바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군사공동위 구성에 따라 현재 ▦장관급 ▦장성급 ▦군사실무자급으로 진행되는 남북군사회담의 틀은 바뀔 전망이다. 국방부 문성묵 북한정책팀장은 “장성급회담과 군사실무회담은 군사공동위 산하기구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에 상관 없이 두 차례 정상선언을 통해 남북이 마련한 큰 틀은 중장기적으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일정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화해와 협력이라는 기본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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