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민주당과의 통합 마지노선인 22일 오전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 재개를 위해 꺼져가는 불꽃을 살리려 백방으로 뛰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정 후보는 21일 밤 측근들을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후보 집으로 보냈으나 문전박대 당하자 22일 새벽에는 전화통화로 직접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밤새 상황을 보고받느라 거의 뜬 눈으로 새운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열린 선대위원장단 회의에도 불참한 채 막판 노력을 기울였으나 싸늘해진 민주당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역시 걸림돌은 지분 문제. 신당은 의결기구 구성비율을 7 대 3에서 6 대 4로 수정해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원안인 5 대 5를 고수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당 협상단의 고자세가 민주당 관계자들을 분노케 한 것도 결렬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신당 선대위원장단 회의는 통합 불발의 후폭풍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민주당과의 협상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민주당과의 통합이 오늘 아침까지 안 되면 안 되는 것인데 시간이 다 됐다"고 통합 무산을 확인하면서도 "남은 불씨를 살리면 마지막에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한 가닥 기대감이다. 정 후보 측이 일절 민주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동선대위원장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사정이 어려울수록 더 단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선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며 정 후보 측의 일방적인 통합 시도에 쓴 소리를 던졌다.
이해찬 전 총리는 "민주당과의 단일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당의 대표가 되는 게 전국적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신당은 대표와 후보가 당내 장악력도 없고 대표권도 없는 잡탕 정당이고 콩가루 집안"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인제 후보도 이날 선거홍보물 제작 촬영을 하고 후보등록 실무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27일부터 전국을 돌며 버스투어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독자행보에 속도를 높였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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