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이 다 꾸려지기도 전에 특검이라니….”
삼성 비자금 등 관련 의혹 사건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울산지검장ㆍ이하 특수본부)의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주말까지 수사팀 인선을 끝내고 내주부터 본격 시동을 걸려던 참에 특별검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수사 착수도 하기 전에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특수본부 수사는 초반부터 김이 새버렸다.
그러나 특수본부가 당장 손을 놓지는 않을 것 같다. 김수남 특수본부 차장검사는 23일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서명 등 실제 특검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약 2, 3주의 시간이 남아 있다”며 “그때까지 특수본부는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매머드급(검사 15명, 수사관 40여명) 특수본부를 구성하고도 수사를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가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삼성 관련 수사는 전적으로 검찰이 진행해야 한다. 수사에 필요한 단서나 증거물들을 확보할 수 있는 압수수색 등 신속한 수사 착수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노 대통령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특검법을 받아들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 같다. 어찌 보면 특검법이 ‘삼성 떡값 검사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인 만큼 검찰로서는 수사를 계속할 지, 중단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특검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수사를 해서 자료를 넘겨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검찰 수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특수본부의 수사 강도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소환, 구속 등의 강제 수사 보다는 금융계좌 추적, 회계 분석 등 객관적 자료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며 특검에 넘겨줄 수사 자료 확보에 주력할 듯 하다.
이 경우 ‘떡값 검사’ 관련 감찰 조사는 사실상 중단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스스로 한다면 공정성을 의심 받게 되므로 아예 특검에 넘기는 것이 논란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수사 중단’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이 일던 2003년 2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돼 있던 관련 사건의 수사 유보를 선언한 전례가 있다. 물론 당시 검찰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 국회에서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이유를 댔지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특검 도입이 거론되던 때였다.
김 차장검사는 “특검 도입이 확정되고 나면 그때 특수본부 수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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