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건국대에 국내 두번째 무균돼지 사육실이 문을 열어 국내 이종장기이식 연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건국대 무균돼지 사육실은 과거 황우석 박사팀에 돼지 배아를 전달한 일화로 유명한 김윤범(사진) 건국대 석좌교수(전 시카고대 교수)가 기술지원하고, 김 교수의 돼지를 기증 받은 서울대로부터 분양 받아 운영된다.
건국대 바이오장기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훈택 교수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면서 돼지를 사육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건국대 연구팀은 내년 말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실험을 국내에선 처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첫번째 걸림돌은 이식 직후 수분에서 수시간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초급성 거부 반응이다. 이를 막기 위해 주 원인물질인 알파 갈 합성효소 유전자를 제거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적이 없으며, 해외에서는 원숭이에 대한 이식실험이 몇 차례 이뤄졌다.
김 교수가 시카고대를 정년퇴직하면서 무균돼지를 기증한 서울대 의대 연구팀도 원숭이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세포를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와 건국대팀은 무균돼지 사육에서는 서로를 보완하는 동시에 이종장기이식 연구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김 교수의 정년퇴직으로 무균돼지 사육시설도 함께 문을 닫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무균돼지 사육실이 2개나 운영되고 있는 데 대해 김 교수는 “국내의 무균돼지 시설은 백업 시스템까지 가능한 완벽한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완전무균 상태로 돼지를 키워내야 하는 사육실은, 일반적인 실험 쥐를 사육하는 특수병원균방지(SPF) 시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지 운영이 어려워 자칫 오염사고라도 생길 경우 분양 받을 예비 사육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00두 사육을 목표로 지어진 건국대 사육실의 첫 무균돼지 5마리도 서울대 의대에서 분양 받은 것이다.
김 교수는 “시카고대에서 무균돼지 시설을 계속 유지할 제자를 키우지 못한 것은 내 한계이지만 덕분에 2004년 고국이자 모교(서울대)에 돼지를 무상으로 기증했고, 당시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조건에 따라 이번에 건국대도 무균돼지를 갖게 된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황우석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나도 속이 많이 상했다”며 “진리를 탐구하는 것은 과학자의 특권이자 축복이며, 추호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위신이 떨어지고 과학에 대한 비난도 있었지만 그 순간에도 꾸준히 연구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언젠가 돼지의 심장을 달고 뛰어다닐 사람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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