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안양 KT&G 감독은 1967년생이다. 만으로 40세. 프로농구 최고령인 이창수(38ㆍ모비스)와 불과 2살 차이다. 또 키도 농구선수 출신치고 단신 중의 단신인 173㎝다. 작은 키에 ‘앳된’ 얼굴로 장신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KT&G ‘돌풍’의 주역은 유 감독이다. 지난 1월말 LG 코치에서 KT&G 사령탑으로 부임한 유 감독은 팀을 창단 후 처음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유 감독은 당시 6라운드 홈경기 4연승을 비롯해 최종 2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작은 기적’을 일궈냈다. 올시즌에도 유 감독은 시즌 전 약체로 꼽혔던 KT&G를 공동 3위(27일 현재 9승6패)에 올려놓으며 지도자로서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작은 마법사’ 유 감독은 KT&G 사령탑을 맡은 이래 줄곧 수비 조직력과 스피드를 강조해왔다. 2라운드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현재 이 같은 ‘유도훈식 농구’가 꽃을 피우고 있다는 평가다.
최인선 전 SK 감독은 “KT&G가 구사하는 농구는 색깔이 확실하다”면서 “끈끈한 수비와 포인트가드 주희정이 이끄는 빠른 공격, 두터운 백업 요원이 상승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KT&G는 협력 수비를 활용한 찰거머리 마크로 SK, LG 등 강호들을 잇따라 침몰 시켰다.
속공은 10개 팀 중 1위이며 이현호 윤영필 김일두 등 식스맨들은 매 경기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최 전 감독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유 감독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때로는 눈물 쏙 빼는 질책으로, 때로는 친형 같은 너그러움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한 번 지적한 실수를 다시 저지를 경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지극히 작은 수훈에도 등을 두드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유 감독의 경기 준비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원래 잠이 없어서 그런 것 뿐”이라고 쑥스러워 하지만 매일 아침 7시부터 비디오 분석을 하고 코칭스태프 회의를 주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팀은 순항하고 있지만 유 감독은 걱정이 앞선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빠르고 수비가 강한 농구’에 비교적 잘 따라오고 있지만 공격에서의 강약 조절이 여전히 미흡해요. 아직 멀었습니다.” ‘완벽주의자’ 유 감독이 이끄는 KT&G의 최종 성적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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