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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 女게릴라 일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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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 女게릴라 일기 파문

입력
2007.12.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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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다. 사람도, 공동체 생활도 지겹다”

남미의 좌익게릴라 조직에 투신했던 한 젊은 네덜란드 여성의 환멸에 찬 일기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부유한 생활을 접고 남미로 건너와 콜롬비아의 대표적 반군 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가담한 탄자 니즈메이저(29)의 일기장에 ‘이상의 상실’, ‘부패한 조직 지도자에 대한 실망’ 등 자신의 게릴라 활동에 대한 갈등과 번민이 담겨 있는 것.

일기장은 콜롬비아 정부군이 올 6월 급습했던 한 게릴라 거점에서 발견됐다. 네덜란드어로 적힌 탄자의 일기장에는 “나 자신을 위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지겹다” “내가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면 가치 있겠지만, 그것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등 허무감이 짙게 배여 있다.

탄자는 또 금연이나 전화 금지, 상부 허가 없는 연애금지 등 엄격한 조직의 규율을 원망했고 “우리가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지휘관 부인들은 유방확대 성형수술을 하고 캐비어를 먹지 않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 일기장을 영어로 번역해 언론에 배포하는 등 대대적인 반 게릴라 선전에 활용하고 나섰다. 마누엘 산토스 국방장관은 “일부 유럽인들이 게릴라 활동에 대해 마치 불쌍한 사람을 위해 싸우는 로빈 훗이나 체 게바라와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외국 좌익의 막연한 환상이 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FARC에 관한 논문을 쓴 탄자는 2000년 콜롬비아로 건너와 사립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각종 구호활동에 참여하다가 2003년 직접 게릴라 단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료교사는 “그녀가 남미의 빈부격차 현실을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고 결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회고했다. 탄자는 조직에 대한 환멸을 토로했찌만, 조직을 이탈할 수 없는 사정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장이 공개되면서 게릴라 단체 내에서 심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게릴라 주변의 관측이다.

FARC는 1964년 무장 농민군 지도자들이 결성해 40여년간 콜롬비아 정부와 투쟁해온 반군 게릴라 단체로, 남미 전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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