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거래 0개, 전세거래 1개.'
선경, 우성, 동부센트레빌 등 고가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 대치동의 대표적인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지난달 거래 성적표다. 한모(52)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불황일 때도 많았지만 이런 경우는 중개업을 시작한 지 24년 만에 처음이다"고 푸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부동산 중개업, 이삿짐 센터, 인테리어업 등 부동산서비스 업종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부동산 호경기로 급성장한 중개업소들은 올들어 거래가 끊기면서 사무실 유지도 힘들 지경이 됐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월세만 350만원 가까이 되는데 지난 석달동안 전세만 겨우 2건을 거래해 월세도 못 건졌다"며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장사를 접어야 할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올 초 개업을 한 김모(43)씨도 "이곳은 호가만 계속 오르고 거래가 없는데다 전세물량도 많지 않아 지난달에만 근처 3~4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한해 매매된 아파트는 월평균 6만7,000여가구로 공인중개사(8만1,000여명) 한명이 한달에 1건도 제대로 매매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업소 인근에 위치한 인테리어업체들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서구의 G인테리어사 관계자는 "도배는 물론 장판의 경우 보통 전세 만료 기간인 2년을 주기로 교체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전세 수요마저 끊기면서 일감이 절반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특히 재건축 물량이 많은 서울 강남의 경우는 상황이 심각하다. 재건축 대상의 노후아파트가 많아 상대적으로 교체 수요가 많았지만 이제는 입주민들이 아예 살던 곳에서 눌러앉으면서 한파를 맞고 있다.
이삿짐 센터는 수요가 줄자 아예 가격인하로 출혈경쟁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H이사 이모(43ㆍ여)대표는 "지금은 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일반 이사비용으로 포장이사가 가능할 정도로 값이 내려가고, 고유가로 기름값까지 올라 수익성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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