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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수학으로 풀어내는 '최상의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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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수학으로 풀어내는 '최상의 끝내기'

입력
2007.12.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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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끝내기는 과연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국내 프로 기사들의 끝내기 정확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인 ‘쿠폰 바둑’ 대회가 28~ 29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안조영ㆍ송태곤ㆍ원성진ㆍ한상훈ㆍ장주주ㆍ루이나이웨이 등 6명의 프로기사가 참여하는 이 대회는 미국의 게임 이론 학자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수학과의 얼윈 벌리캄프 교수가 주최한다.

벌리캄프교수는 기력이 10급도 안되지만 바둑의 끝내기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수학적 바둑(Mathematical Go)’(1994)의 저자로 유명한데, 최근 UC버클리에서 연수했던 명지대 바둑학과 남치형 교수의 제의로 한국 프로 기사를 상대로 이 대회를 열게 됐다.

‘쿠폰 바둑’이란 벌리캄프 교수가 끝내기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간단히 말해 ‘바둑 + 숫자 쿠폰’으로 이루어진 게임이다. 두는 방식은 일반 바둑과 똑같다. 다만 바둑판 옆에 10부터 9.5, 9 … 1.5, 1 등으로 0.5 단위로 숫자가 적힌 ‘쿠폰’이 각 점수 당 한 장씩 준비돼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 쿠폰은 두 대국자가 차례로 바둑을 두어 나가다 종반에 이르러 반상에 남은 끝내기가 10집 이하 밖에 없을 때부터 사용한다. 즉 자기 차례에 남아 있는 가장 큰 끝내기가 10집짜리가 안 된다고 생각되면 착수를 한 번 쉬고 대신 10점짜리 쿠폰을 가져 간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이제 남은 쿠폰 중에 가장 큰 점수는 9.5점이므로 자기가 둘 착수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하면 계속 착수를 하면 되고 반대로 작다고 생각되면 자기도 쿠폰을 집어 오면 된다.

그런 식으로 계속 끝내기 수순을 밟아가다 보면 결국 쿠폰이 모두 소비되고 바둑도 끝나게 된다. 종국 후 각자의 집과 보유한 쿠폰의 점수를 합해서 흑백이 서로 몇 집 차이인가 확인한다.

‘쿠폰 바둑’의 묘미는 이 다음에 있다. 대국이 끝나면 흑백을 바꿔서 다시 같은 방식을 거쳐 두 판의 결과를 비교해 승부를 가린다. 예를 들어 이창호와 이세돌이 대국 했을 때 이창호가 흑 1.5집 승, 이세돌이 흑 2.5집 승이라면 이세돌이 그 게임을 이긴 게 된다. 대국자들이 최선의 끝내기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두 판의 승부 차이가 클수록 더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결과가 같으면 무승부다.

이번 ‘쿠폰 바둑’ 대회는 6명의 대국자가 제한시간 30분, 30초 초읽기 3회 방식으로 리그전을 치러 순위를 매기게 된다. 상금은 순위에 따라 300만원에서부터 50만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간을 절약하고 끝내기 연구에 중점을 두기 위해 첫 수부터 두지 않고 기존에 두어진 대국을 종반 무렵부터 이어 두는 방식을 택했다. 대국자들이 최신 대국은 평소 연구가 되어 있을 것에 대비, 과거 오청원이 일본 고수들과 대국한 기보에서 선택했다고 한다.

남치형 교수는 “바둑의 수학적 연구가 아직 초보적인 단계지만 앞으로 연구 성과가 계속 축적되면 끝내기 뿐 아니라 중반 초반까지 수학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어 장차 프로기사 수준의 컴퓨터 바둑프로그램 제작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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