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하남시 창우동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 사거리. 휴일을 맞아 등산객들의 울긋불긋한 행렬이 줄을 잇는다. 한 편에 주차된 방송차량에서는 ‘12일 김황식 하남시장을 심판하자’는 구호와 이 구호를 담은 각종 노래가 나오고 있지만 시민들은 고개를 잠깐 돌리다 말 뿐이다.
전국 첫 주민소환투표를 열흘 앞둔 하남시에서 상대 없는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투표를 독려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투표불참을 권유하며 맞대응을 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투표에서는 하남시 유권자 10만6,000명의 3분의 1이상이 참가하지 않으면 개표하지 않고 소환 무효가 결정되고, 3분의1이상 투표에 과반수 찬성이면 소환이 확정된다.
주민소환선거대책위원회는 ‘하남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주민소환 성사시키자’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유세차량 4대를 동원, 시내를 누비고 있다. 이들은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보고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모인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가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반면 김 시장 사무실은 ‘투표장 가지말자. 꿈의 도시 하남 소환투표로 무너진다’는 현수막만 내건 채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김 시장측은 공직선거법에서 투표불참을 권유하는 행위는 위법이지만 주민투표법에서는 규제조항이 없어 괜찮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놓은 상태다.
김 시장은 “소환 대상이 된 마당에 내놓고 선거운동을 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 “지지자들에게 정당성을 홍보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함께 소환 대상이 된 시의원들도 해당 지역구에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괜히 드러내놓고 했다가 관심이 쏠려 투표율만 높아지면 불리해 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환의 이유보다 투표율이 소환운동의 첫번째 이슈로 떠오르는 데는 선관위조차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선관위가 적극 홍보에 나서면 소환대상자를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 점 때문에 소환선거는 계속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제도개선이 팔요하다”고 말했다.
하남=글ㆍ사진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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