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이 26일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물증으로 제시한 문건들의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 등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주장’이나 ‘의혹’이라고 하지 말고 ‘사실’이라고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의 근거로 제시한 삼성물산 해외지점과 삼성전관(삼성SDI)간 물품 구매 대행 ‘메모랜덤’(각서)은 한 언론사를 통해 입수한 문건이다.
그는 “김인주 사장(현 전략기획실)이 2000년 ‘메모랜덤’을 들고 내게 상담을 했고, 오늘 공개한 문건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7년이나 지나 최근 제보 받은 문건을 보고 구체적 수치까지 기억해 동일 문건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삼성가의 미술품 구입 내역으로 소개한 문건도 서미갤러리의 2002~2003년 해외 미술품 구입 리스트로, 비자금과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 등의 미술품 구입을 연결짓는 고리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팩트와 틀리거나 다소 무리한 주장도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중앙일보 위장 계열 분리 사례를 들며 “중앙일보도 삼성과 분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2003년 서울 순화동 사옥 지하주차장 수해 피해(윤전기 침수) 당시 복구비 등을 삼성 구조조정본부에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과 중앙일보는 “중앙일보는 입주 빌딩 소유자인 삼성생명과 관리자인 에버랜드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중앙일보는 1999년 3월 계열 분리 당시 순화동과 가락동 사옥을 삼성생명에 2,940억원에 팔았던 만큼, 수해 피해를 관리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이 “2000년 많게는 수 조원에 달하는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처음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회계 감리를 맡았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수십 척을 거제 앞바다에 띄운 것으로 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은 “오픈된 조선소에서 길이가 300m씩 되는 대형 선박을 만들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데 무슨 ‘코미디 같은 발상’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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