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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지훈육필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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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지훈육필시집

입력
2007.12.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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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 나남출판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 1920년 12월 3일 출생했다. 1968년 몰. 2001년에 나온 <지훈육필시집> 은 고인이 자신의 시 121편을 정서한 친필 원고를 수록한 책이다.

제자와 후학들이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자필 시선집과 시작노트 원고를 '지훈상' 제정을 계기로 펴냈다. ' 완화삼(玩花杉)' '풀닢 단장(斷章)' 등 고인의 대표작들이 펜 혹은 만년필 글씨로 정서돼 있다.

이 육필시집에는 1996년 9권으로 완간된 그의 전집에도 실리지 않았던, 미공개작으로 보이는 시 두 편도 포함됐다. 맨 첫머리에 실린 '완허산방(玩虛山房)'과 '상원암(上院庵)'이 그것. '닫힌 사립에/ 꽃잎이 떨리노니// 구름에 싸인 집이/ 물소리도 스미노라'로 시작하는 '완허산방'은 지훈의 선(禪)적인 시세계가 응축돼 있는 듯한 작품이다. '선(禪)에 들어 한나절 조을다 깨면/ 여러제친 창(窓)으로/ 힌구름 바라기가 무척 좋아라'는 '상원암'도 그렇다.

"지조(志操)는 언제나 굴종보다는 자기 폐멸(廢滅)의 용기를 택하는 자만이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지훈의 <지조론> 의 한 구절이다. 고전적 정서에 바탕한 기품있고 섬세한 시인이었던 그는 자유당 정권 말기부터는 부패한 정치현실 비판에 앞장선, 선비 같은 지식인이기도 했다. <지조론> 은 친일파 등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절을 일삼는 정치세태를 비판한 지훈의 기개 넘치는 글이다,

몇 년 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 정객이 수감되면서 지훈의 시구를 자신의 소회 대신 피력해 화제가 됐다. 지훈의 절창인 <낙화> 였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낙화' 전문)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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