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몇 안 남은 정계 원로로서 국가ㆍ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얘기라면 몰라도, 한참 혼란한 대선 정국에 직접 끼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2007년 창작인 포럼' 연설에서 이른바 '보수세력'의 집권 가능성에 강한 경계심을 표하면서 "민족의 운명을 좌우해 심지어 전쟁의 길로 끌고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잃어버린 50년, 되찾은 10년'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우리가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10년이 잘못하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진보ㆍ중도 지지자가 7~8할로 기반이 살아 있으니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다짐이야 굳이 다툴 이유가 없다.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세월인지, 되찾은 세월인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고, 당사자라면 누구나 적극적으로 평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되찾은 10년'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서라지만, '보수세력'의 집권 가능성 자체를 역사의 후퇴로 규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보수세력' 집권의 악영향을 강조하겠다고 '전쟁'까지 운운한 것은 지나치다.
객관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자신이 한 일은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편견으로 보인다. 설사 현재의 대선 판세가 '보수 회귀' 성격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그 또한 지난 10년 간의 구체적 현실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또 '보수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어디까지나 국민 다수의 뜻에 근거한 것이다.
변화한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선택을 하겠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리고 퇴임할 때까지 칭송을 아끼지 않았던 그 '위대한 국민'을 하루 아침에 '한심한 국민'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향해 "정치도 대통령도 모두 인간이 되고 난 후의 일"이라며 먼저 인간이 되라고 힐난한 것도 도를 넘었다.
이렇게 마구 개인감정을 쏟아낸다면 정계 원로가 범부와 다를 게 무엇인가. 자신들이 나라를 이끌었던 세월만이 옳고 선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속이 뻔한 정치 훈수는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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