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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선, 광고를 보면 '상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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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선, 광고를 보면 '상품'이 보인다

입력
2007.12.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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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 신문광고에서 얼굴에 연탄 가루를 묻히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보여주며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은 잘 한다"는 식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해야 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욕쟁이 할머니를 내세워 "경제 좀 살리라"고 말을 시킬 게 아니라 어떻게 살릴 것임을 제시해야 했다.

광고계에는 "소비자를 중학생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복잡하게 하지 말고 명쾌하고 단순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광고를 만든 사람들은 이 말을 소비자(유권자)의 수준은 언제나 낮다는 걸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정 후보의 광고는 네거티브 광고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며, 이 후보의 광고는 과장광고의 범주를 못 벗어나기 때문이다.

먼저 정 후보. 대선 캠페인 초기의 광고니 광고용어로는 런칭(Launching) 광고다. 런칭 광고는 '나' 혹은 '내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 후보 측은 이 후보를 헐뜯기만 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하면 경쟁자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보여주지 않고 상대방의 흠집부터 들췄다.

수년 전 녹즙기는 유망한 사업 분야였다. 하지만 한 업체가 선발 업체의 녹즙기에서 쇳가루가 나온다고 네거티브 공세를 펴자 상대방도 비슷한 광고를 펼쳐 결국 녹즙기 업계가 공멸했다. 정 후보 측의 네거티브 광고는 누구에게 어떤 손해를 끼칠 것인가?

이 후보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네거티브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장기이자 성과인 청계천과 운하는 개별 프로젝트이지 경제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나라살림 전체를 아우를 경제에 대한 능력을 의심 받고 있지 않은가? 또 선진경제, 선진자본주의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투명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에 적임자인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했다.

이 후보가 욕쟁이 할머니를 등장시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너무나 작위적이다. 10년 전 IMF를 맞아 욕쟁이 할머니가 대변하는 서민들이 금반지를 빼다 팔 때 이 후보가 그 대열에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광고가 되려면 근거가 분명해야 하는데, 프로젝트 전문가가 경제 전문가라고 주장하며 서민경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니 과장 혹은 허위광고라고 할 만하다.

5년 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자갈치 아지매나 눈물 광고만큼 진정성이 없는 듯한 이런 광고를 내보내느니 차라리 워런 버핏을 등장시켜 국제 금융자본을 유치하겠다거나 국제 산업자본의 국내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면 적어도 소비자(유권자)들이 이 후보와 욕쟁이 할머니를 보면서 느끼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선전(선동)과 광고는 둘 다 설득의 수단이다. 그러나 선전은 '나를 믿어달라(Believe me)', 광고는 '나를 사달라(Buy me)'는 것이어서 큰 차이가 있다. 두 후보의 광고가 "참말이든 거짓이든 내 말만 믿어달라"는 선전 혹은 선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두 후보가 광고하기 어려운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광고는 좋은 상품에서 나온다. 좋은 광고는 상품에 담겨 있는 컨텐츠,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광고다. 상품이 좋지 않으면 네거티브 광고나 과장광고가 나오기 쉽다. 알릴 만한 컨텐츠,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면 상품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정숭호(㈜팬컴 대표이사ㆍ광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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