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우에 야스시 / 고려원西域 꿈 꾸게 만들었던 '방황하는 호수' 이야기
스웨덴의 탐험가ㆍ지리학자인 스벤 헤딘이 1952년 11월 26일 87세로 사망했다. 19세기 말 '실크로드'라는 명칭을 처음 만든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의 제자였던 헤딘은 1885년부터 여러차례 중앙아시아를 탐험했다.
그에 의해 사막에 묻혀있던 실크로드의 도시국가 누란(樓蘭)의 모습이 1,500여년 만에 다시 빛 속으로 드러났고, 히말라야와 티베트의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름부터 아스라한 울림을 주는 누란의 유적은 1902년 헤딘에 의해 최초로 발굴됐다. 기원전 2세기 중국 문헌에 최초로 나타나는 누란은 한(漢)과 흉노(匈奴)의 틈새에서 줄타기를 하며 실크로드 서역남로의 거점으로 번성한 오아시스 도시였다.
하지만 누란은 기원 5세기 무렵 완전히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헤딘은 '방황하는 호수' 설을 내세웠다.
위구르어로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땅'이란 뜻을 가진 타클라마칸 사막의 지형 변화 때문에, 누란 사람들이 깃들어 살던 이 사막 동쪽 로프노르('많은 강물이 흘러드는 호수'라는 뜻) 호수가 말라들었고, 누란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헤딘은 로프노르 호수가 1600년을 주기로 남북으로 이동한다고 주장했다.
헤딘과 누란을 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1986년 번역된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1907~1991)의 소설집 <누란> 이다. 이노우에는 헤딘의 '방황하는 호수' 설과 누란의 폐허에서 발굴된 한 여인의 미라를 토대로, 누란 사람들의 사랑과 운명을 놀랍고 감동적인 상상력으로 재현하고 있다. 출판사가 문을 닫은 바람에 <누란> 은 지금 절판된 상태다. 누란> 누란>
기자가 가지고 있던 책도 산실돼 버리고 없었다. 여기 쓴 표지는, 인터넷에서 수소문한 끝에 제주시 우당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스캔해 얻은 것이다. <누란> 을 비롯해 <둔황> <풍도> 등 이노우에의 다른 빼어난 소설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재출간을 기대해 본다. 풍도> 둔황> 누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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