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침체 및 중국의 과열 경기에 따른 긴축 가능성 등이 국내 실물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미국 및 중국발 악재를 감안,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춰잡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 확산과 중국의 긴축우려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쇼크가 유가 급등과 맞물리면서 실물경제의 두 축인 민간소비와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10월 초 전망치(5.0%)를 두달 만인 내달 10일 0.2%포인트가량 낮추기로 했다. 송태정 연구위원은 "내년 미국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긴 했으나, 유가급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면서 "물가 불안과 함께 내수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9월말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23일 현재 사상 최고치(98달러)로 치솟았다. 통상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국내 성장률은 0.2%포인트가량 떨어진다. 이번 주(29일) 수정치를 내놓은 삼성경제연구소도 9월말 전망치(5.0%)보다 내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성장률은 무겁게 움직이기 때문에 단기변수에 크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면서도 "유가급등과 금융시장 충격에 따른 악영향 때문에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도이치방크(3.9%)와 UBS(4.1%)는 이미 내년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치(5.1%)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경제연구원도 수정작업을 준비 중이다.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신정부 효과로 내년 투자여건이 개선되고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처럼 대외변수가 불안하면 민간소비 회복 추세가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연구원은 더 비관적이다.
전망치(5.1%)를 최대 0.5%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럴 경우 올 성장률 예상치(한국은행 기준 4.5%)와 비슷해진다.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유가는 경기전망의 기본 전제조건인데 이 수치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5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첫 발표하는 한국은행의 입장도 대동소이하다 한은 관계자는 "내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중국정부의 긴축 우려, 고유가 등이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부분 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률을 낮출 채비를 하면서 내수 회복의 불씨가 다시 꺼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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