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야, 모델을 구하는 게 아주 어렵다. 그래서 내 얼굴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좀 좋은 거울을 샀다. 내 얼굴색을 칠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면 다른 사람도 쉽게 그릴 수 있겠지.”
빈센트 반 고흐가 파리에 머물던 시절(1886~87년) 밀짚모자와 작업복을 입고 있는 자신을 그린 작품. 모델비가 없었던 반 고흐는 이 시기에 정물화와 더불어 총 35점의 자화상을 그렸는데, 스스로를 “풍경화가가 아니라 인물화가”라고 불렀던 반 고흐의 사람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인물화를 통해 반 고흐가 표현하려고 한 것은 대상의 정밀한 모사가 아닌 인물의 내면과 본질이었다. 그는 “세부사항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인물을 그 본질적인 특징에 따라 단순화할 것”이라며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한 ‘부정확성’을 통해 융통성 없는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말’을 그리겠다”고 공언했다.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강렬한 눈동자에서 이 땅에서의 삶을 예술에 헌납한 자의 불안하면서도 치열한 내면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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