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곡물재고율(소비량 대비 기말 재고량)이 1973년 이후 35년 만에 최저 수준에 도달, 당시 세계 경제를 충격에 몰아 넣었던 곡물ㆍ석유 동반 파동이 재연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세계곡물수급 동향’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2008곡물연도(2007년9월~2008년8월)말 기준 쌀ㆍ옥수수ㆍ밀ㆍ보리ㆍ귀리 등 세계 전체 곡물 재고율이 1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도 재고율 추정치(16.4%)보다 1.2%포인트 낮을 뿐 아니라, 통계가 존재하는 60년대 이래 최저치인 72~73년 ‘곡물 파동’ 당시 15.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 재고율이 최고치에 달했던 1987곡물연도의 35%와 비교하면 20년 만에 절반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곡물재고율이 빠르게 낮아지는 것은 3년 연속 곡물 소비량이 생산량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곡물연도 세계 곡물 소비량은 사상 최대로 20억9,539만톤에 달했지만 생산은 20억7,883만톤에 그쳐 생산부족분이 1,656만톤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06곡물연도 이후 3년 연속 소비가 생산을 초과했다. 주요 품목별 재고율을 살펴보면 쌀이 07년 18.5%에서 08년 17.5%(2008), 밀은 20.1%에서 17.8%, 옥수수는 14.6%에서 14.5%, 콩은 27.6%에서 21.1%로 재고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곡물 재고율이 떨어지면서 주요 곡물가격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밀의 경우 지난 14일 현재 캔자스상품거래소(KCBOT)에서 12월물 인도분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상승된 가격에 거래됐고, 같은 시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2월물 옥수수와 콩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7.9%, 59.3%의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운임 상승까지 겹쳐 옥수수ㆍ대두ㆍ대두박(콩깻묵) 등 주요 사료용 곡물의 운임 포함 수입가는 14일 현재 각각 1년 전보다 40.7%, 65.5%, 54.6%씩 급등한 상태다.
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연구위원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 곡물 재고율이 18~19%인 점을 감안하면 15%대의 재고율은 위험 수준”이라며 “과거보다 식량에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가 급등마저 이어진다면 1973년과 같은 곡물-유가 동반 파동 때의 충격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72년 곡물 파동은 곡물 수출국이던 옛 소련이 대흉작 탓에 곡물 수입국으로 변하면서 촉발돼 당시 쌀과 밀, 콩의 국제가격이 단기간에 3~4배로 뛰었다. 비슷한 시기에 터진 1차 오일쇼크로 유가 역시 73년 1월 배럴당 2.59달러에서 1년 만에 4배인 11.65달러로 폭등하며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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