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설비와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 푸동에 있는 상하이자동차(SAIC)의 자회사 ‘상하이GM’ 공장에서 만난 쉬첸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말이다.
중국인 특유의 ‘과대 포장’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발언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자체 브랜드 자동차를 단 한대도 수출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자동차 업계는 그 동안 중국을 ‘새끼 호랑이’ 정도로 치부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중국 자동차 업계 1위인 상하이차 본사를 방문, GM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합작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둘러보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자체 브랜드 개발’과 ‘글로벌화 추진’이 그것이다.
실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장으로 변모하며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06년 718만대에서 올해 9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의 내수 시장 규모인 120만대보다 더 큰 시장이 해마다 중국에 추가 조성되는 셈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인 상하이차는 이제 막 글로벌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그 동안 GM 등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모델만 생산하다가, 올해 5월 ‘로위’라는 자체 브랜드를 처음 내놓았다.
로위는 최고 시속 220㎞인 배기량 2.5ℓ V형 6기통 엔진을 장착했으며 최고 출력 185마력의 고급 세단이다. 물론 로위를 ‘메이드 인 차이나’로 간주하긴 쉽지 않다.
상하이차가 인수한 영국계 ‘로버’사의 기술이 고스란히 옮겨져 왔기 때문이다. 상하이차도 자체 기술력의 부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상하이차의 두 번째 자회사인 ‘상하이폴크스바겐(SVW)’에서 만난 왕다종 상하이차 기술담당 부사장은 “자체 브랜드를 선보일 정도로 기술력이 발전했으나, 아직까지는 글로벌화를 통해 전세계의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 자동차 업계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우리 뒤를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차는 전체 연구인력의 10%를 엔진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영국, 한국 기업과 협력해 2010년 연간 1만대 가량의 신형 엔진을 양산하는 한편, 미래형 엔진 개발에 착수해 내년에는 하이브리드카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우리보다 먼저 미래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를 시장에 내놓는 셈이다.
상하이GM의 차세대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연구소 ‘PATAC’도 글로벌화 추진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GM본사에서 전송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연구에 활용하는 한편, 개발 단계에서부터 델파이 지멘스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과 협의해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1,000여명의 연구인력 중 석ㆍ박사급이 34%나 된다. 유로ⅢㆍⅣ 기준을 적용한 배출가스 연구소를 갖추고 있고 대규모 주행시험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올해엔 GM의 글로벌 컨셉트카인 ‘뷰익 리비에라’(Buick Riviera)를 개발해 축적된 디자인과 차량개발 능력을 과시했다.
징시안 하오 PATAC 책임비서관은 중국 자동차기술의 국산화 정도에 대해 “현재 고급차는 40%, 중형차와 소형차는 85~90%선이며 갈수록 고급차의 국산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차는 로위 브랜드를 조만간 한국 등 세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한국 시장에는 자회사인 쌍용자동차를 통해 로위 변형 모델인 중형 세단을 출시하고, 쌍용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상하이차 천 홍 총재는 “쌍용자동차와의 교류에 따른 시너지 효과 극대화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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