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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추진회 '한문고전번역 평가방안' 학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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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추진회 '한문고전번역 평가방안' 학술회

입력
2007.12.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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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의 기록에, 장차 전원(田園)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하였는데, 장차 나아가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 나아간 것은 아니다….”

고전국역작업의 중추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이하 민추)가 다산 정약용의 시 <황상의 유인첩에 쓴다(題黃裳幽人帖)> 중 ‘昔人有記將就園者, 將就也者, 明未就也’를 국역한 구절이다.

이처럼 알쏭달쏭한 번역문은 번역자가 가상의 정원을 묘사한 명말의 문인 황주성(黃周星)의 <장취원기(將就園記)> 가 18세기, 19세기 조선지식인 사회에서 널리 읽힌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 번역은 “옛날 <장취원기> 를 쓴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장차 가겠다(將就)’란 말을 쓴 것으로 보아 아직 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로 바로잡혀야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민간 고전국역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이하 민추)가 다음달 정부기관인 고전국역원으로 전환된다. 조선왕조실록, 연암집 등 국역작업의 양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국내 고전국역기관의 국역작업은 예를 든 것처럼 전거(典據)에 대한 지식부족, 의고투, 번역어투 등의 기술적 오류와 주석인용 범위의 들쑥날쑥함, 주석인용 범위의 협애함 등 체계화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문고전번역서 평가방안에 대하여’ 를 주제로 열리는 민추의 정기학술대회에서는 고전번역에 있어서 오역사례 비판, 번역의 기준모델 제시, 고전번역평가 시스템방안 마련 등 고전국역작업의 질적향상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중ㆍ일에서의 동양기본고전적의 번역양상 및 평가에 대하여’ 란 주제발표에서 경서번역에 있어서 주석인용의 협애함을 비판할 예정이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주목한다.

우리나라의 경서번역이 주로 주자학적 주석만 치중한 반면 일본의 경우 20세기초부터 구주(한ㆍ당의 주석)와 신주(송ㆍ원의 주석)는 물론 자국학자의 역주까지 포괄해 훈독으로 번역하는 신역(新譯)작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대학, 중용, 사기열전 등 주요 중국고전에 대한 신역인 ‘한문대계 22권’(1909~1916)으로부터 묵자, 회남자 등을 포함하는 ‘신서한문대계’ (2007)까지 이같은 작업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우리는 한문학의 기본자료인 사서삼경만 해도 안정복, 정약용 등 우리 실학자들의 해석은 고사하고 신주 위주로만 번역돼있는 것이 태반”이라며 “주석 범위의 확장, 주석 범위의 범례 확립 등 번역의 체계화에 대한 방법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하 조선대 한문학과교수는 ‘우리나라의 고전번역방식에 대한 연구’에서 조선시대 언해본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문번역의 오랜 과제인 직역과 의역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특히 ‘두시언해’와 ‘소학언해’를 고전번역의 전범으로 꼽는다. 직역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필요한 곳은 적절한 어휘로 의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언해본의 한자, 한자어를 번역한 어휘를 비롯 우리나라 전적에서 자주 쓰이는 어휘와 용례를 모아 정리한 고전언해어휘사전, 한문고전용례사전 등을 편찬하는 것도 한문고전 국역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한국 고전국역은 양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적지않은 성과를 냈지만 실제 내용상 혹독한 비판의 대상으로 올려져야 할 것이 대부분”이라며 “한문에 능통한 원로번역가의 자문수준이 아닌 자체 인력과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전번역평가위원회의 구성 등을 검토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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