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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겨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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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겨울황사

입력
2007.12.0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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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을이 가기 전에 겨울이 왔다'는 말이 돌더니, 지난 주말은 '겨울이 오기 전에 봄이 왔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봄 아닌 봄'에 봄에나 있을 황사가 내습했다. 겨울황사다.

한국대기과학기상센터에 따르면 25일 오전 한반도 북북서 1,200~1,400㎞에 있는 내몽골 사막에서 황사가 발생해 26일 새벽 한반도 중부지방까지 이동했다 한다.

충북지역에서는 코에서 걸러지는 10㎛ 이하의 먼지가 236㎍(황사 기준 190㎍), 폐까지 침투하는 2.5㎛ 이하의 먼지가 30㎍ 검출됐다. 일산화탄소 등 유독성 물질도 평소의 2배 이상 들어 있었다.

■겨울황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2월 14일 기상청이 예비특보를 발령했을 정도의 강력한 황사는 봄황사의 이른 시작으로 치더라도, 2005년 11월 6~8일, 2002년 11월 11~12일, 2001년 12월 13~14일, 1991년 12월 1~2일의 황사는 성격이 다르다.

엊그제의 것이 1980년 이후 기상청이 공식 인정한 5번째 겨울황사인 셈인데, 모두가 인천 앞바다와 서울, 경기도, 충청남북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먼지가 내려앉았다. 2005년 겨울황사가 심각했다고 발표되었을 때 서울에 내린 눈을 분석하니 그 속에 황사 성분이 적잖이 섞여 있음이 밝혀졌다.

■봄이건 겨울이건 황사는 다 해롭겠지만, 겨울황사는 양이 적은 대신 고약함이 더하다. 봄황사는 중국 내륙에서 생긴 고기압을 따라 상승한 모래먼지가 고도 10㎞까지 올라가 편서풍과 제트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반면 겨울황사는 지표면 가까이 있던 먼지들이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중국 동해안 산업지대를 훑으며 우리나라로 날아온 것이다.

비슷한 곳에서 발생한 황사가 봄엔 2~3일 후 도달하지만 겨울엔 20시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몸에 해로운 납과 카드뮴 등 미세 중금속 입자가 더 많이 관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봄황사가 주로 비에 섞인다면 겨울황사는 대개 눈에 포함된다. '누런 눈' 즉 황설(黃雪)은 예부터 있었고, 이미 신라 자비왕 때(478년) '누런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북서풍의 영향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1974년 겨울 동북지방에 황설이 내렸고, 1950년 홋카이도에는 주황색 눈이 내려 화제가 됐다.

기상청은 올 겨울 라니냐 현상으로 이상기후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건조한 날씨를 수반하므로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니, 겨울황사가 잦을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봄황사 때 익혀둔 대비책을 꼼꼼히 챙겨 보자.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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