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사무처장을 맡아 예술행정가로 변신했던 심재찬(54)씨가 다음달 7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 <틱, 틱…붐!> 의 연출로 2년 3개월 만에 대학로로 돌아온다. 40여 편의 연극을 연출한 연극계 맏형으로, <틱, 틱…붐!> 의 2001년 초연과 2005년 공연을 연출했던 심씨는 “그 동안 무대가 너무 그리웠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틱,> 틱,>
“문화예술위를 그만둔다고 하기가 무섭게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어요. ‘<틱, 틱…붐!> 을 올릴 생각인데 형님이 하시죠’하고 말이죠. 운 좋게 예술행정가에서 현업인 연출가로 공백 없이 돌아온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공연계 발전의 구심점이 돼 주기를 후배들이 바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틱,>
그가 16일까지 근무한 문화예술위는 연 1,000억원을 운용하는 문화예술 지원기구. 그는 지원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이 되어 보니 연극계의 문제점이 많이 보였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연극계를 바라보니 외형만 커지고 관객은 늘지 않은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이 전적으로 연극인 스스로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들 내 작품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해요. 물론 그런 대표적인 사람이 나였지만.(웃음)”
이른바 ‘연극정신’이 살아 있는 진지한 작품을 관객이 싫어할 거라 생각한 것도, 그래서 이해하기 쉬운 코미디만 무대에 올린 것도 순전히 연극계의 판단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연극은 순수예술이기 이전에 기초예술입니다. 그 동안 연극이 배출한 스타만도 몇 명입니까. 그리고 연극이란 게 원래 전세계 어디서든 관객이 힘든 예술이에요.” 그는 “연극을 통한 삶에 대한 성찰과 감동을 원하는 관객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틱, 틱…붐!> 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작곡가 존과 룸메이트 마이클, 여자친구 수잔을 둘러싼 이야기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뮤지컬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조연출 생활을 시작한 심씨의 스물 아홉 살도 고민이 많은 시기였기에 이 작품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연극 연출가의 꿈을 반대하는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으로 대학진학도 안 하고 연극계에 뛰어들었는데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잠시 헷갈렸었죠.” 틱,>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학력을 당당히 밝히는 까닭에 문화계 인사들의 학력 위조 파문이 있던 지난 여름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도 예전에는 서류를 제출할 일이 있을 때 대학을 졸업했다고 거짓말로 한두 번 써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현장=심재찬’의 등식이 성립된 덕분에 제가 고졸 학력으로 문화예술위 사무처장도 지낸 걸요. 이쯤 되면 학벌보다 현장경험이 낫지 않나요? 앞으로 계속 책상 앞이 아닌 공연 현장에 서게 된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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