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수사 논란이 국회의 특별검사법 채택으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정략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의혹 폭로를 주도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대선 및 내년 총선과 맞물린 정치권의 이해를 두루 수용한 형태다. 당초 예상과 달리 특검 사상 드물게 원만한 타협으로 볼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특검의 고유한 역할과 어긋나고, 그만큼 실제 효용이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대선 소용돌이가 지난 뒤 특검이 어디로 갈지 미리 살펴야 할 것으로 본다.
'삼성 특검법'은 국회 의결과정에서 위헌소지가 지적된 대목 등을 상당부분 정리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범여권은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과정의 포괄적 불법의혹을 수사대상으로 고집했고, 한나라당도 한때 어설프게 합의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에 계류된 사안은 특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좇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 4건의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 및 소송과정의 불법행위 의혹으로 특정했다.
또 비자금 조성 및 로비의혹 수사도 2002년 대선 자금 및 최고권력층 로비로 한정, 당초 1997년 이후 모든 비자금 조성과 정치 법조 관계 언론 학계 등을 수사대상으로 망라한 것에서 후퇴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타협에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뒤따를 것이다. 또 대선 자금을 의식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정권 교체기의 격동 속에 삼성 지배권 관련 불법행위와 비자금 로비의혹의 두 갈래 수사를 동시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낼 것인지 걱정스러운 점이다.
개별기업의 불법행위는 특검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나 삼성의 대외 신인도 우려 등과 관련해서도 진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삼성 특검'의 한계를 모를 리 없는 정치권은 대선 국면에서 재벌 비리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려는 고려에 이끌렸을 것이다. 내년 총선까지 내다본 정략도 엿보인다.
특검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범위를 좁히는 것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더 본질적 문제는 대선 이후에 다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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