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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 "새 시대 여는 정권교체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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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 "새 시대 여는 정권교체가 돼야"

입력
2007.12.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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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출마선언 발표로 대선 판도를 크게 출렁이게 했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정치판에 복귀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그는 지지율 2위를 달리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보수 층 끌어안기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29일 관훈토론회, 거리유세로 정신이 없던 그를 서울 남대문 단암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_5년 전 대선에 비해 선거 분위기가 어떤가.

"그때와 비교하면 혼자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느낌이 참 다르다. 국민과 직접 만나 마음을 읽고 마음을 받는다는 기분으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 같은 데 가서도 악수할 때 (나를 보는) 눈빛이 그전과 다르다. 착각인지 몰라도 아주 따뜻한 표정을 읽는다."

_출마선언 첫날부터 불우이웃을 찾아가는 등 '낮은 곳으로'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동안 봐온 이 후보와 다르다.

"이번 대선은 세 싸움이나 조직 싸움이 아니다. 내가 가진 진심과 신념을 갖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싸움이기에 처음부터 발로 뛰는 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_선거운동 첫날 사무실 책상 위엔 왜 올라갔나.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까 파트별로 칸막이를 해놓았는데 내 키가 작아 잘 보이지 않아서 뛰어 올라간 거다."(웃음)

_2년 전부터 용의주도하게 출마를 준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말 언제부터 준비했나.

"한나라당 경선을 보고 또 그 후에 당과 후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안되겠다 생각해서 며칠 지방에도 잠깐 가 있으면서 고민을 했다."

_8월 한나라당 경선을 전후해 출마를 생각하게 됐다는 얘긴가.

"그렇다. 경선 과정을 보면서다."

_왜 이명박 후보론 안 된다는 것인가.

"야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것은 형식적으론 정권교체로 보일지 몰라도 이 시대엔 그걸로 안 된다. 사람이 바뀐 걸로 정권교체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 가끔 특강 등에서 정권교체다운 교체가 돼야지 지금 시대의 잘못된 상황이 바꿔지지 않고 계속 가면 정권교체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평화비전 내놓았을 때도 강재섭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햇볕정책 아류 같은 정책이 당론이 되고 그렇게 가면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정말 새 시대를 여는 데 합당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

_그럼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지키는 의미는 뭔가.

-"많은 사람이 이 정권에 대해 하도 좌절하고 실망했기 때문에 '어쨌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 돼야 한다, 누가 돼도 좋다'는 심리로 연결된 게 아닌가 한다. 하지만 정권교체만 되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_이 후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안 했다.

"이 후보 자질이나 자격을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두어 번 얘기했지만 그게 솔직히 내키질 않는다. 국민이 다 아시리라 본다. 국민께 말씀 드리는 것은 누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는 게 좋겠느냐 하는 것만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는 것이다."

_직설적 비판을 안 하는 것은 나중에 이명박 후보와 같이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가.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다. 사실 대의를 위한 것이라면 이 후보도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꼭 나중에 같이 갈 경우를 대비해서 말 아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정권교체가 나를 중심으로 돼야 한다는 확신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미래를 계산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_출마선언 때 언급한 '살신성인'의 뜻은 뭔가.

"그 말을 가지고 '지지율 얼마되면 그만 둘래'라고 묻는데, 출마할 때 지지율을 전혀 도외시하고 나왔고, 그래서 통상적 생각으로 보면 무슨 바보짓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심하고 출발한 때부터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판단한 게 아니라 반드시 (출마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한 것이다. 앞으로도 정치상황을 보고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_BBK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추락 가능성과 관련, 이회창 후보가'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린다'는 시각도 있다.

"BBK는 사실 내용을 잘 모른다. 감나무 밑에 서 있으려면 감이 떨어질지 알고 있어야지, 떨어질지 모르고 가서 서 있을 수 있느냐. BBK 때문에 결정하거나 계획한 것은 아니다."

_이명박 후보와 정면 대결로도 이길 자신이 있나.

"그렇다.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지 않나."

_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른 게 없어 보인다.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강경이냐 온건이냐가 아니다. 반드시 관철하고 국민에게 설득해야 할 점이 있다. 그러기 위해 지도자는 분명한 원칙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어선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에게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때때로 나오는 말 중에 비슷한 표현이 했다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_50년 앞을 내다본 큰 틀의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은 이제 제3의 개방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 50년 뒤 미래를 본다면 국가구조 등에 대해 기존 발상을 뛰어 넘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화, 뒤집어 말하면 강소국의 연방제화다. 지역별로 지역 균형발전이다 뭐다 하고 수도권 찢어갖기식 발상을 하는데 나는 5,6개 권역으로 나눠 하나하나를 싱가포르나 핀란드처럼 만들자는 것이다. 인구 규모나 자질 면에서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_ '반듯한 대한민국'이 대선 슬로건인데 출마과정은 반듯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되죠?(웃음) 정치 안 하겠다고 국민께 말씀 드리고 정계를 떠났는데 그 말을 바꾸고 다시 나온 점에 대해선 국민께 사과 드렸다. 그러나 경선 불복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정확히 할 필요 있다. 당이 경선을 마쳤으면 당원으로서 존중해야지 나올 수 있느냐는 게 질타하는 부분인데, 이 점을 가장 고민했다.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피하는 것과 제대로 된 나라를 열기 위해 결단하는 것과 어느 것이 과연 정의에 맞는 것이냐, 어느 것이 진짜 큰 원칙이냐 고민한 것이다. 출마하는 것이 오히려 큰 정의, 원칙에 맞다고 생각했기에 개인의 이익, 원칙, 작은 절개 등은 버린 것이다."

_절차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게 더 큰 대의라는 생각은 안 했나.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경선이 끝났는데 당원이 나올 수 있느냐는 적법성 문제가 아닌 정당성의 문제다. 정당성의 원칙에선 어떤 게 큰 정의냐가 핵심이고, 이것은 정치 본성과 관련된 문제다. 정치는 일종의 종합 예술인데 사회나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을 정할 때 어느 게 더 많은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올바른 것인가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의다."

_선거운동을 하면서 동점심을 유발하려고 '연민전략'을 쓴다는 말도 있다.

"누가 그러더라, '당신 이미지에 안 맞는다. (대선자금이) 없더라도 있는 것처럼 고개 세우는 게 이회창 아니냐'고. 하지만 그게 정직하게 하는 것이다."(웃음)

_자금 조달은 어떻게 하나.

"하루하루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데, 무소속은 후원금도 못 받고 정당처럼 국고 보조도 못 받고 결국 빌리는 수밖에 없다."

_잘 빌려주나.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뭐가 있겠는가. 법에 득표율이 15% 이상 되면 비용을 환급 받는다는 조항이 있으니까 틀림 없이 돌려준다, 이길 거다라고 말하는 거다. 무소속으로 나와 보니 돈이 이렇게 많이 드는지 알겠더라. 당 선거할 때는 잘 몰랐다. 우리는 TV연설, 광고의 상당 부분을 안 하는 것으로 털어 냈다. 우리로선 국민이 누구는 10번 말하고 누구는 3번 말했다고 해서 판단을 그르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솔직히 상당히 힘들다."

_광고 안 한다고 해서 이 후보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나.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광고에 나가 눈물 한 방울 흘리느냐로 결과가 달라지는 게 선거 아닌가."

_한나라당이 대선잔금 문제를 거론하는데.

"지난 대선 때 검찰에서 다 조사가 됐다. 일일이 여기서 얘기할 만큼 자세하게 금액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세밀한 금액까지 잔금 부분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검찰조사에) 다 나와 있다."

_결국 박근혜 전 대표쪽 지원이 없으면 이기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쨌든 많은 분들이 뜻을 같이 하고 연대 내지는 연합해 세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대선승리 차원 아니라, 이번에 정권교체가 돼 새 시대를 열어갈 때 국정을 이끌어 갈 중요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동참하길 바라고 있다."

_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 등과 연대논의가 진행 중인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만한 단계가 아니다. 두고 보시면 아주 더 폭 넓게 많은 분들이 같이 가게 될 것이다."

인터뷰=유성식 정치부장 정리=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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