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30일 검찰의 압수수색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검찰이 들이닥치자 '올 것이 왔다'며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삼성증권이 첫 타깃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압수 수색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그룹은 "이 회장의 성과를 평가받을 기회마저 사라졌다"고 침통해 했다.
삼성은 수사기법 상 삼성본관이나 삼성물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이후에는 관계자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 외에 달리 대책이 없다"며 그룹 관계자는 곤혹스러워 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망연자실' 이란 말도 사내에서 유행하고 있다.
삼성의 관심은 사건 시발점인 김용철 변호사의 '입'보다는 검찰의 '발걸음'에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특검이 나서기 전 20여일 간 대행한다고 수사한계를 정해 놓기는 했다.
하지만 특검법이 수사대상으로 규정한 의혹 외에 다른 비리를 찾아내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삼성은 이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는데, 검찰이 별도의 수사를 진행할 명분을 얻어 특검과 경쟁적으로 파헤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여름을 달군 현대 비자금 사건도 대북송금 특검수사에서 나온 150억원을 검찰이 불법정치자금이라며 자체 수사한 데서 시작됐다. 실제 삼성증권의 경우 비자금 조성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전ㆍ현직 임직원들의 차명계좌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탓에 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특별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삼성증권을 먼저 친 의도를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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