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국방장관회담 이틀째인 28일 양측 군사대표단은 실무 접촉을 통해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지만 서해 공동어로수역 위치를 놓고 견해 차이가 커서 최종 합의문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군사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평양 송전각 초대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양측이 제시한 의제를 검토한 뒤 남북 각각 3명의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 접촉을 시작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늦게 합의문 초안을 만들어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문구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견이 가장 큰 의제는 공동어로수역 위치이다. 북측은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을 평화수역으로 정해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고, 경협의 군사보장 조치는 해상불가침 경계선 설정, 군사적 신뢰 구축과 전쟁 억제 노력 등에 남측이 가시적인 성의를 보여야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NLL을 중심으로 한 곳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정해 시범 운영하고, 해상불가침 경계선 재설정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북 경협을 위해 ▦문산-봉동 화물열차 운행 및 한강 하구 개발 ▦북측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등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 조치를 우선 타결하자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NLL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 위치를 어디로 정하느냐를 두고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문을 작성하더라도 경협의 군사적 보장 문제만 언급하고 공동어로수역은 향후 장성급이나 군사실무회담에서 더 논의하기로 매듭 지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측 수석대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첫날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관련국간 종전선언을 위한 군사당국자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대목도 관심을 끌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군사회담에 미국 당국자를 포함시켜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며 “남측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미국이 적극 나선다면 3자 군사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담 첫날 남측 실무자들이 송전각 초대소 회의장에 걸린 김일성 초상화를 치워달라고 요구해 북측과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회의가 30분 늦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김일철 부장이 “통일하자면서 제도 가지고 자꾸 논의하면 안 된다”며 “여기 참가하신 분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공동선언을 통해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북측 회의장 와서 그것을 트집 잡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초상화는 그대로 둔 채로 회의가 진행됐다.
실무 접촉 대표를 제외한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평양 강동군 문흥리 대박산 기슭의 단군릉을 참관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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