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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가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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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가치연대?

입력
2007.12.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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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터진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에 언론들은 경제위기 10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특집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주목 받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대선 직전에 터져 나온 이 경제위기 덕분으로 불가능했을 정권교체가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 양극화 심화시킨 두 '反서민 정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세력의 무능을 만천하에 폭로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후보에게 1.6%로밖에 이기지 못했다. 이는 이인제 후보의 경선 불복, 유신총리인 김종필 자민련총재와의 연합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가 아니었다면 그가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점에서 경제위기는 최소한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그의 집권을 바랐던 자유주의 개혁세력과 호남에게는 일종의 축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이들에게 독약이기도 했다. 경제위기 속에 집권한 김 전 대통령과 자유주의세력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았고 김 전 대통령의 친 신자유주의적인 성향까지 더해져 IMF가 요구한 신자유주의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말았다.

그 결과 김 전 대통령과 자유주의세력은 군사정권보다 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킨 반서민적 정권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루스벨트'가 아니라 '한국의 대처'가 되고 만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이같은 기조를 계승했다. 그 결과가 현재의 대선정국이다. 구체적으로, 경제위기 10주년을 맞은 현재 우리는 다시 한번 대선정국에 놓여 있는 바, 집권 자유주의진영을 포함한 민주화운동세력은 민심 이탈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주도했던 민주당과의 합당이 총선지분을 둘러싼 당내 계파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추락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21일을 전후해 나타난 민주화진영의 반응들이 눈길을 끈다. 하나의 흐름은 진보적인 사회운동단체들이 발표한 '민중생존권, 노동기본권 해결을 위한 시국선언'으로 자유주의정권들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정책이 가져온 민중생존권 파괴를 규탄하며 이와의 단절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유주의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세력까지 하나로 뭉쳐 반수구, 반부패, 반한나라당 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재야 원로 16명이 "지금은 민주세력내부의 가치논쟁에 몰두하기보다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며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이라는 개혁적 소장학자들도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양산체제 해소 등 7개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민주세력의 가치연대를 제의하고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진보개혁세력이 단결하면 승리할 수 있다며 손수 후보 단일화를 압박했다.

물론 난립하고 있는 민주화진영의 후보들이 반부패, 탈냉전 등 여러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최대 쟁점은 양극화 등 신자유주의의 문제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정책을 주도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해 온 민주노동당이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과연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회의가 든다.

● '과거'단절 없는 단일화는 유령

구체적으로 '의제 27'이 제안한 가치연대에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양산체제 해소가 들어 있는 한, 양극화와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들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당연히 이 연대에서 빠져야 한다.

백보 양보해 이같은 연대가 가능하려면, 이들 자유주의진영이 그간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석고대죄를 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단절을 약속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단일화 촉구는 낡은 '비판적 지지' 유령의 부활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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