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안나 몰리나리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자신의 브랜드 '블루마린'과 '블루걸'의 2008 봄여름 컬렉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몰리나리는 "여성들이 엄청나게 세련됐고 유행에도 민감해져 깜짝 놀랐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발산하는 한국문화의 생동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몰리나리는 1977년 남편과 함께 블루핀사를 설립하고 블루마린을 처음 내놓았다. 95년에는 보다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블루걸, 딸인 로셀라 따라비니가 디자인하는 '안나 몰리나리'를 잇달아 출시하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화가인 엄마와 조각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패션에 둘러싸여 살았고 로맨틱한 감성에 푹 빠져 하늘과 장미와 바다 그리기를 즐깁니다.
그것이 디자인에 고스란히 담기죠. 물론 환경 자체가 예술인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행운이었고요." 현재 전세계에 1,000여 개의 매장이 설치돼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10억2,400만 유로(약 1조4,200억원)에 달한다.
불과 30년만에 일군 놀라운 성공의 비결을 그는 "오리지널리티(독창성) 추구"에서 찾았다. "랑방이나 발망, 샤넬, 구치 등 유명 브랜드들은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디자이너를 외부에서 영입하고 수시로 바꿔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지 못하고 출렁거립니다.
그러나 나는 30년을 한결같이 내가 직접 디자인해요. 브랜드를 키우는 건 결국 주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독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가족경영을 고수하는 것도 독창성을 중시하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현재 블루핀사의 경영은 지난해 타계한 남편의 뒤를 이어 아들 잔귀도 따라비니가 총괄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발렌티노를 좋아하는데 지난해 이 브랜드가 사모펀드에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독창성 훼손을 크게 염려하게 됐다"며 "가족경영의 장점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회사일을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흔이 넘도록 연애를 안해 엄마 속을 태웠던 딸과 할머니의 재능을 타고난 7살짜리 친손녀에게 언젠가는 디자인의 지휘봉을 넘기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몰리나리는 "여성의 삶은 보석처럼 가꾸어져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작은 체구 때문에 옷입기에 애를 먹었다는 그는 "절대 톱모델을 따라 입지 말 것, 거울을 자주 보고 자신의 몸을 정확히 알 것, 가짜라도 좋으니 아름답게 디자인된 액세서리를 지닐 것"을 권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