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염온동(1897~1946년) 선생의 아들 락원(71)씨가 일제시대 부친과 조부의 땅이었던 강원 철원군 김화읍 일대의 땅 7필지(3만2,000㎡)를 소송을 통해 최근 환수했다. 조부, 부친이 독립운동 때문에 중국으로 가는 바람에 상속하지 못하고 총독부 소유가 된 땅이다.
염씨는 “송병준, 이완용 등 친일파 후손들은 선친의 땅을 찾기 위해 소송을 하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어렵게 살면서 소송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일제가 빼앗은 땅을 되찾아 선친의 한을 풀고 민족정기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 같아 소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만 소송은 쉽지 않았다. 부친은 독립운동을 하느라 고향의 재산을 관리하지 못했고 염씨 역시 중국 뤄양(洛陽)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부친의 재산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염씨는 아들 광필(28)씨와 80년이 넘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어머니도 중국에서 아버지와 결혼했기 때문에 아버지 고향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해방 후 서울에 와서는 먹고 살기 바빠 뿌리를 등친 채 살았지요.”
염씨는 부친 고향이 김화읍 일대라는 희미한 기억을 갖고 수소문 끝에 당시 마을 지적원도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적원도에는 일제시대 철원지역 땅 소유주가 표기돼 있었으며 조부, 부친의 이름도 나와있었다. 염씨 부자는 또 철원군청의 문서보관함을 뒤져 당시 토지대장 격인 토지조사부와 임야조사부도 찾아냈다. 염씨는 “많은 필지의 땅이 아버지, 할아버지 소유로 돼있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이 휴전선 너머에 있었고 그나마 있는 것도 다른 사람 소유가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염씨는 결국 올해 초 정부를 상대로 부동산소유권확인소송을 냈고 10월 25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소유확인이 인정된다”며 승소판결을 받아 일제가 강탈한 땅을 되돌려 받았다.
하지만 염씨는 씁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제가 재산을 강탈한 것도 억울한데 해방이 되고도 정부가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특별한 혜택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제에 빼앗긴 우리 역사를 되돌려 달라는 겁니다. 그 속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흔적이 있으니까요.”
염온동 선생은 3ㆍ1운동 때 간도독립단체와의 연락을 맡았으며 1921년 상하이(上海)로 망명, 임시정부 의정원(議政院) 의원 및 한국혁명당 간부, 광복군 사령부 서무과장, 군무부 총무과장 등을 역임하다 1946년 병사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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