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학부(학과) 전공 과정을 확 뜯어고치기로 했다.
외국 유명 대학에 비해 학부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 공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특정 학과나 학부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은 학교측이 정해 놓은 코스대로 강의를 들어야 했지만, 내년 신입생부터는 최소한 6가지의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27일"1개 학과ㆍ학부의 1가지 전공 트랙이라는 고정틀에서 벗어나 학교와 각 학과ㆍ학부가 여러 트랙을 만들어 다양한 전공을 경험토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붕어빵 과정은 가라
서울대가 구상 중인 전공 유형은 복수전공, 연합전공, 연계전공, 심화전공, 학생설계전공, 부전공 등 6가지다. 학생들은 이중 반드시 1개의 전공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복수전공과 연합전공은 다른 전공과목을 39학점 듣고 학위를 2개 받는 과정이다. 복수전공은 자신의 전공 외에 기존에 개설돼 있는 다른 학과(부)를 전공하는 것이며, 연합전공은 '정보문화학'처럼 미학 공학 언론정보학 등 서로 관련된 여러 학과가 연합해 새롭게 만든 전공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경제학과와 경영대 수리과학부에서 제공하는 금융공학전공, 심리학과 생명과학부 인류학과에서 만드는 뇌과학전공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화전공은 자신의 전공을 깊이 공부하려는 학생을 위한 코스다. 연계전공은 학과ㆍ학부에서도 대학원처럼 세분화한 전공을 도입한다. 부전공은 복수전공과 같지만 타 학과ㆍ학부전공을 21학점만 듣고 원래 전공학위만 받는 것이다.
가장 획기적인 발상은 학부 과정에 없는 전공 과정을 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셀프전공'개념의 학생설계전공이다. 주 전공 외에 학생 스스로 강의 계획을 짜서 학교 승인을 받아 설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 내에 없는 '범죄 심리행동 분석전공'을 만들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자신의 구체적인 수업계획표를 만들어 학교측과 협의해 '나만의 전공'을 만들 수 있다.
서울대는 최근 각 단과대에 공문을 보내 단대 별 합의가 필요한 연계전공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학문별 전공을 개발해 본부에 제출토록 요청했다. 서울대측은 시행 시기를 내년 1학기로 잡고 있다.
▲ 준비는 됐나
서울대가 학부 과정 개편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계획의 실효성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기존의 낡은 강의도 없애기 어려운 마당에 온갖 전공들을 늘려놓을 경우 서울대의 교수 인력과 재정으로 감당하기 힘든 '옥상옥'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양한 전공을 배우게 한다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만 학생이 몰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서울대측도 이런 우려를 감안, 대책도 함께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김신복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육위원회를 설치해 학내 모든 학과ㆍ학부가 각자의 교육 목표에 맞게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키로 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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