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의 귀국으로 파키스탄 정국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분점에 합의한 후 귀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달리 줄기차게 무샤라프 반대 투쟁을 선언해왔기 때문에 그의 귀국은 혼란스러운 파키스탄 정국에 새로운 불씨를 던질 수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25일 오후 6시30분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전용기를 이용, 라호르 공항에 도착했다. 샤리프는 “귀국할 수 있게 된 것을 신에게 감사드린다”며 “파키스탄의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이번 귀국으로 샤리프는 7년간 망명생활을 마무리했다.
파키스탄 경찰은 이날 6,000여명을 동원, 공항 주변을 봉쇄했으며 일부 샤리프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라호르 시내는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귀국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경적을 울리는 등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경찰이 24일 샤리프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의 간부들을 검거, 그의 귀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샤리프의 귀국에 민감한 쪽은 무샤라프 대통령이다. 이달 안으로 군 통수권을 포기하고 민간 대통령으로서 취임을 선언할 예정인 무샤라프 측은 정권안정을 위해 내년 1월 총선에서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보수정당 PML_N의 당수인 샤리프가 야당세력을 규합, 반 무샤라프 연합을 구성할 경우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샤리프와 부토의 연합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부토와 샤리프는 총선 불참을 논의했으나 권력분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부토는 총선 참여를, 샤리프는 총선 불참을 고수해 갈라선 상태다. 그러나 무샤라프에 대한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무샤라프를 협공하기 위해 다시 손을 잡을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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