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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9> 이희국 LG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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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9> 이희국 LG전자 사장

입력
2007.12.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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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 DVD는 블루레이와 HD DVD 두 가지 기술이 4년째 경쟁하면서 단일 표준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플레이어를 만들어야 할까요? 2년 전 우리는 두 가지 DVD를 모두 볼 수 있는 플레이어를 개발하기로 했죠. 올해 초 ‘슈퍼 블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는데 내년이면 값이 싸져서 완전히 이기는 게임이 됩니다.”

LG전자의 이희국(55) 사장(CTO)은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세상 뒤집는 맛에 기술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결정은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LG전자의 개발 도중에 한쪽으로 표준이 정해져 버리면 듀얼 플레이어도 소위 물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쟁에서 희비가 엇갈린 경우는 많다. 비디오 표준 싸움에서 기술적으로 우위라고 평가받았던 베타방식이 VHS에 밀리면서 소니가 큰 손해를 본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실패하면 투자금 1,000억원이 날아갑니다.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를 따라가지도 못합니다. 그냥 게임 끝이죠.” 그래서 이 사장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며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정보에 늘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 역시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도 겪었다. 그는 1983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해 16년 동안 일하며 평생 반도체와 함께 하리라고 믿으며, 회사와 함께 쓰러지고 일어났다.

초기 이유 없이 공장이 안 돌아갈 땐 구미의 아파트에서 공장으로 출근하는 길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CMOS 16M, 64M, 256M를 개발하는 순간에는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빅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LG반도체는 현대반도체에 합병됐고, 지금은 하이닉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 사장은 “지금 LG가 반도체를 갖고 있으면 수 조원 이익이 날 텐데…”라며 지금도 안타까움을 삭이지 못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이 사장은 기술적으로는 값싸게 만드는 기술에 민감해야 한다는 점, 조직생활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각각 꼽았다.

그는 “혼자 일하는 게 아닌 이상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지 A를 A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하면 이 사실을 받아들일까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격을 떨어뜨리는 기술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슈퍼 블루의 경우도 올해 초 첫 선을 보였을 땐 1,200달러, 이번 달부터는 900달러에 시판됐지만 내년 400달러 대까지 내릴 계획이다.

올해 고전을 금치 못했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TV도 결국 생산단가 절감 문제로 귀결된다. PDP는 액정디스플레이(LCD) TV와의 경쟁과 떨어진 단가로 적자를 면치 못했었다.

이 사장은 “PDP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해 생산단가는 더 떨어지고 성능은 더 좋아진다”며 “내년부터 수지를 맞추기 시작해 2,3년 뒤면 큰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죽기살기로 해왔다”며 “결국 싸게 만드는 기술싸움에서 이기는 기업이 살아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공계 위기를 타개할 묘안도 제시했다.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을 외부 엔지니어로부터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것.

“의사, 변호사가 인기가 높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원할 때까지 일하고, 실력만 좋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겠죠? 언제 어디에라도 기술을 팔 수 있다면 이공계 위기란 없는 거죠. 기업 입장에서도 전세계 엔지니어 풀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구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그는 이런 사회라면 자신이 선정된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과학문화재단)이 없어도 이공계 위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희국 LG전자 CTO

서울대 전자공학(학사), 스탠퍼드대 전자공학(박사)

1980년 미국 휴렛팩커드 연구원

1983년 금성반도체 본부장

1995년 LG반도체 상무이사

1999년 현대반도체 연구개발본부장 전무

1999년 LG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

2002년 LG전자 전자기술원장

2005년 LG전자 사장(CTO)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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