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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천 교수 개인전 '망루'/ 요지경 세상 속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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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천 교수 개인전 '망루'/ 요지경 세상 속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입력
2007.12.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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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지(理智)의 눈을 번쩍 떠야겠다. 풍자의 시선으로 꼬집는 촌철살인의 위트가 즐거움과 씁쓸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윤동천(50) 서울대 미대 교수의 개인전 ‘망루’(Watchtower)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망루에 올라 이 풍진 세상을 속속들이 내려다본 후 작성한 ‘관찰일기’처럼 통렬하고 알싸한 전시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정치, 사회, 문화의 수다한 현상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엔 사진, 프린트,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선보인다.

‘수수께끼-내게 필요한 것들’ 시리즈로 꾸며진 1층 전시장은 주로 언어와 이미지의 연계성을 탐구한 사진과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미지를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답안을 도출하게 되는 이 시리즈는 나란히 병치된 두세 장의 사진을 통해 특정 단어를 연상하도록 유도한다.

강아지와 유럽의 고성 사진이 짝을 이룬 작품은 ‘개성’, 초승달 사진과 관(棺)은 ‘달관’, 시냇물과 농구공은 ‘내공’, 일출과 탈바가지는 ‘해탈’,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말(馬)과 아기의 발은? 정답은 ‘말발’이다. ‘당신 눈에는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냐’고 묻는 말놀이의 위트가 유쾌하다.

2층 전시장은 사회 풍자를 담은 대형 회화들로 꾸며졌다. 둘로 쪼개진 사과를 속은 똑같이, 껍질은 흑과 백으로 각기 달리 그려 흑백논리에 사로잡힌 세상을 풍자하거나(‘세상’), 점묘의 어지러운 대형 화면 한가운데 분홍의 세치 혀를 그려놓고 언어가 흉기가 되는 세태를 꼬집은 작품(‘세치 혀’) 등이 걸려있다.

요지경 세상을 향한 그의 야심찬 일격은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풍자의 레이더망에 걸린 가장 큰 대어는 활황을 맞고 있는 미술시장. 아무것도 없는 커다란 빈 액자 밑에 작품이 팔렸다는 것을 표시하는 빨간 딱지가 수백 개 붙어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미친 듯이 오른 값으로 ‘솔드 아웃(sold out)’되는 미술시장의 현황을 비꼬는 ‘광풍(狂風)’이라는 작품이다.

3층에 걸린 이 작품 맞은편으론 일회용 사발이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밥의 바다’가 설치돼 있다. 바다 한 가운덴 고무 대야가 보트처럼 떠 있고, 그 양 옆으론 커다란 밥 주걱이 노 역할을 한다. 제목은 ‘희망의 나라로’. 가난했던 시절엔 오히려 철학이 희망의 버팀목이었건만,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진 지금, 모든 것은 경제논리에 복속되고 말았다. 앞 다퉈 내세우는 ‘경제 대통령’의 구호가 겹쳐 들린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에게 20, 30대의 젊은 분일 줄 알았다고 하니 작가 웃으며 말하길, “저 아직 젊어요!” 이런 작업은 하는 사람도 참 재미나겠다 물으니 정색하고 답하길, “개그맨이 스스로 즐거운 것 봤어요?” 전시는 16일까지. (02)720-5114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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