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시장에 동맥경화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전매 제한 등의 여파로 내 집 마련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아파트 거래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기존 주택 거래는 물론이고 신규 아파트도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자가 크게 줄었다.
대출을 받아 신규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은 입주시기가 되도 늘어난 원리금을 해결하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바람에 신규 단지에서는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빈집이 넘쳐 난다.
내년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돼 좀 더 싸게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기존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대출 규제, 담보대출 금리 인상, 전매 제한, 분양가 상한제 등의 4중고가 주택거래 동맥경화를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건설교통부가 26일 공개한 건축물 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거래된 아파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10만550가구)의 54.5% 수준에 불과한 5만4,884가구에 그쳤다. 이는 건교부가 아파트 거래건수를 집계한 2006년 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11월(15만2,013가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주택 거래가 부진한 것은 매도자는 무거워진 양도소득세로 팔기를 꺼리는 반면, 매수자들은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로 저가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대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택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분양을 100% 마치고도 입주가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9월 입주가 시작된 서울 역삼동 래미안2차는 이 달 들어서 입주율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에 들어간 용산 시티파크도 입주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
상당수 아파트 계약자들은 중도금 이자 후불제나 중도금 무이자 융자 조건으로 분양을 받는데, 최근 원리금이 급증하면서 잔금을 내지 못해 입주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오르면서 대출 이자도 1년 전에 비해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되팔려 해도 전매제한에 걸리거나 대출규제로 발목이 잡힌 수요자들이 움직이질 않아 거래마저 쉽지 않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투기를 막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안정대책이 주택 거래를 꽁꽁 묶는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를 샀다고 해서 최장 10년간 팔 수 없도록 한 전매 제한 조치는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상적인 거래 활성화는 오히려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며 "주택 거래 시장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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