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이 국제 암시장에서 밀거래되고 있다. 핵물질이 테러 단체의 수중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종 핵 테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슬로바키아 경찰 당국은 29일 “가루 형태로 된 0.5kg 상당의 농축 우라늄을 운반하던 헝가리인 2명과 우크라이나인 1명을 체포했다”며 “이 물질이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우라늄은 구 소련제로 보이며 1g에 3,500달러, 총 160만 달러에 거래될 예정이었다”며 “매수자를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 우라늄을 매수하려던 측이 테러 관련 단체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우라늄 밀거래 적발로 오랫동안 제기돼왔던 러시아와 동유럽에서의 핵 밀거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와 동유럽은 1991년 소련 몰락을 전후해 핵시설 보안이 허술해 핵물질의 유출지로 지목돼왔다. 2003년 체코 경찰이 함정 수사를 통해 저농축 우라늄봉을 판매하려던 슬로바키아인 2명을 체포했고, 지난해에도 그루지야 정보국이 함정수사를 통해 우라늄 밀매를 시도하려던 러시아인을 붙잡았다.
핵시설 관리와 보안이 강화되긴 했지만, 핵 밀거래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능 물질의 분실ㆍ도난 등의 사고가 252건이 보고됐고 이중 70% 가량이 아직 회수되지 못했다. 이 같은 분실 또는 도난된 방사능 물질이 국제 암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핵 밀거래는 곧바로 테러용 무기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핵무기 제조 기술이 없더라도 소량의 핵물질만으로 재래식 폭탄에 장착해 테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라 불리는 무기로 폭발시 방사능이 살포돼 주변 일대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것이다. 핵분열을 통해 핵폭발을 일으키는 본격적인 핵무기는 아니지만 방사능 살포를 통해 충격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더러운 폭탄’이 테러에 사용된 적은 없지만 제조 과정이 단순해 테러단체가 핵 물질만 입수하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최근 ‘더러운 폭탄’을 통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아직 이런 형태의 테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IAEA의 리차드 호스킨스는 “테러 단체들이 핵물질을 다량으로 입수하는 데 성공하면 그 결과는 파국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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