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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21~24일 '다시가본 크리스마스'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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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21~24일 '다시가본 크리스마스' 콘서트

입력
2007.12.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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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혜화동’ 에 등장한 잊고 지냈던 친구, 3집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의 가슴을 뛰게 했던 아이 둘을 가진 그녀. 동물원의 음악에 출연했던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래서일까. 동물원의 노래는 겨울이면 더 자주 떠오른다. 연탄불로 손을 녹이듯, 천천히 혈관을 타고 온기를 전해주는 선율과 가사. 가끔은 쏟아지는 최루탄 연기로 뒤덮이던 젊은 날에도 이보다 더 눈물겨운 사랑이 있었다고 귀띔을 해주는 그들의 음악.

김광석이 떠나고 김창기마저 우리를 벗어난 후 동물원의 앨범은 2003년에 발매된 9집에서 쉼표를 찍었고 계절마다 놓지 않았던 콘서트도 1년 넘게 쉬어 팬들의 아쉬움이 쌓여왔다. 그러던 중 날아온 반가운 소식. 크리스마스를 맞아 21~24일 콘서트 <다시 가 본 크리스마스> 로 오랜만에 동물원이 문을 연다. 직장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먼저 내밀던 유준열, 그리고 여전히 음악 만들기에 전념하는 박기영과 배영길을 대치동 카페에서 만났다.

내년이면 어느새 동물원은 ‘개장’ 20년을 맞는다. 세상의 기준으로 봤을 때 엄청난 빅히트 앨범을 만들지도 않았는데 여전히 “동물원이 앨범을 내면 수만 장은 기본으로 팔릴 것”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꾸준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뭘까.

“동물원은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이게 힘인 것 같아요.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이, 자생적으로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고 그러다 여건이 되어서 데뷔했고, 이런 음악을 대중이 좋아해줘 오래갈 수 있었죠.” 김광석과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변해가네’ 를 부르며 초창기부터 동물원을 끌어온 박기영이 말하는 동물원의 힘이다.

동물원의 노래는 시대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젊은이들에겐 일종의 탈출구였다. 거리는 무거운 사상의 그림자로 뒤덮였고, 머리는 차가운 투쟁의 의무감에 젖었지만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서정의 욕구만은 ‘거리에서’와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을 듣는 이불 속 헤드폰에서 풀어내야 했다.

배영길은 “대학시절 한 마디로 ‘가열찬 투쟁’을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의 모든 의식은 오직 사상적 고민으로만 이뤄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사랑에 빠진 그는 그렇지 않았어요.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그와 나눈 대화는 그 여학생에 대한 것이 전부였어요. 여기에 물론 그의 삶을 지배한 투쟁성은 없었고요. 동물원의 음악은 바로 이런 삶에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동물원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알려진 6집 음반의 ‘널 사랑하겠어’를 끝으로 히트곡 릴레이도 끊겼다. 묘하게 김창기의 탈퇴와 함께 찾아온 동물원의 후퇴는 전체적인 가요시장의 쇠락과 다르지 않았다.

유준열은 “요즘 음악파일로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으려면 돈을 내잖아요. 그런데 한 번도 저는 누구한테도 그 돈을 받은 적이 없어요. 관련 회사에 전화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피곤하고. 그래서 좀 정이 떨어진 면이 있어요. 그동안 매년 신보를 내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지만 아무리 여건이 나쁘다고 대충 만들지 못하는 게 음반이라 서두를 수는 없었죠”라고 답한다.

이들의 10집 앨범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김창기의 복귀를 기대해도 될까. 다행히 대답은 긍정적이다. 멤버들은 “병원업무 때문에 떠났던 창기도 노래를 하고 싶어하고 앨범 참여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저희랑 함께 음반작업을 원하는 만큼 멤버로 동참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입을 모은다.

동물원도 변해야 할까? 386세대에게 향수를 전해주는 포크로, 시구처럼 가슴을 치는 가사로 2007년 이후의 가요계에서 살아 남기에 충분할까.“한 유명 브랜드 사장이 인터뷰에서 말하길 남자들은 25세가 되면 좋아하는 취향이 고정된답니다. 우리가 서태지의 음악을 흉내낼 수 있지만 그 음악을 듣고 울 수는 없어요. 눈물을 펑펑 흘려야 그 음악을 받아들이는데 우리 멤버들이 그러기엔 좀 늦었네요. 하던 포크를 계속 불러야죠. 다만 깊이를 더할 것입니다

.”유준열의 말처럼 동물원은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동물원일 것 같다. 동물원을 찾은 팬들이 식물원을 보고 실망할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 10년 만에 전화를 해도 어제 만난 듯 평범한 인사를 나눌 것 같은 ‘잊고 지냈던 친구’가 주는 따뜻함이 동물원의 포스터에 눈길을 두는 이유가 아닐까.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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