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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말이 필요없는 화가… 그냥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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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말이 필요없는 화가… 그냥 즐기세요"

입력
2007.12.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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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할아버지는 그렇게 불행한 사람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에겐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늘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동생 테오가 있었고, 또 예술이 있었으니까요.”

테오 반 고흐의 증손녀인 조시엔 반 고흐(47), 얀티네 반 고흐(43) 자매가 24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결혼한 적이 없는 반 고흐는 슬하에 자식을 두지 않았고, 테오만이 아들 하나를 낳아 현재 그의 후손들이 반 고흐 가문의 대를 잇고 있다. 네덜란드에 살며 반 고흐 재단 일을 맡고 있는 두 자매는 테오가 형의 이름을 붙여주었던 외아들 빈센트 반 고흐가 낳은 둘째아들 요한 반 고흐의 딸들이다.

예술 계통에 종사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짐작과 달리 재단 회장을 맡고 있는 언니 조시엔씨는 영어 번역가로 일하고 있고, 동생 얀티네씨는 암스테르담대학의 행정 교직원이다. 얀티네씨는 “예술적으로 보일까봐 늘 걱정”이라며 “미술과 전혀 무관한 역사학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반 고흐라는 성을 갖고 사는 삶은 특별할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 다닐 때 출석부를 본 선생님들이 종종 놀랐던 것 외엔 모든 게 평범했다고 한다. “성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는 많은 사람들이 ‘고흐’의 철자를 ‘Goch’로 알고 있다는 거예요. 그 덕분에 우리가 반 고흐의 진짜 후손이라는 걸 몰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수백억원대에 거래되는 반 고흐의 그림값을 생각하면 그의 후손들이 저절로 부러워지지만 이들 자매는 웃으며 “우리는 전혀 부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1960년 반 고흐 재단을 설립, 작품들을 모두 반 고흐 미술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었던 큰오빠 테오가 ‘저 그림들을 팔 수 있다면 진짜 좋을 텐데, 그 돈으로 정말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하긴 했죠.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공유하는 게 훨씬 더 좋은 일이기 때문에 가족 중 작품을 기증한 것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시엔 회장은 “현재 우리 가족이 미술품 판매나 부대사업 등 반 고흐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은 한푼도 없다”고 덧붙였다.

숱한 논쟁적 다큐멘터리 영화로 ‘네덜란드의 마이클 무어’가 별명이었던 증손자 테오 반 고흐는 2004년 학대받는 이슬람 여성들에 관한 영화를 제작한 후 무슬람 광신도에게 무참하게 암살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큰아버지인 테오도르 반 고흐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저항운동을 벌이다 암살되는 비운을 겪었던 터라 충격은 한층 컸다. 조시엔 회장은 “우리 가족은 유난히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오빠의 죽음은 정말 겪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특히 정신이상자에게 당한 일이라 더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가족들이 보는 반 고흐 작품의 매력은 뭘까. “얼마 전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갔습니다. 인상파 전시실에 걸린 반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독창적인 화가인지 알 수 있었죠.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아름답지만 반 고흐의 작품은 색깔, 대상 등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요. 완전히요.”

반 고흐전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람요령을 묻자 잠시 머뭇거리던 두 자매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 “와서 둘러보며 그냥 즐기세요.(Just come and walk around and look at it. Just enjoy yourself.) 반 고흐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화가니까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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